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사람

 

역시 베테랑은 달랐다. 프로 17년 차 베테랑 포수에게도 야구는 어려울까. 체력소모와 잔 부상이 많은 포수라는 포지션을 여태껏 지켜온 비결은 무엇일까. 그에게 삼성 라이온즈와 친정집 롯데 자이언츠는 어떤 의미일까. 내년이면 벌써 삼성과의 계약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그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야구를 해온 세월이 긴 만큼 그와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다. 쉽지 않은 질문들이 대다수여서 조심스러웠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는 답변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팬들의 재치 있는 질문과 그의 유연한 답변이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현역 최고의 공격형 포수이자 육아에 푹 빠진 하이 아버지, 삼성 강민호를 만났다.

 

에디터 송서미 사진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의 요즘

 

19hubble97 퇴근길 인터뷰를 보니 육아로 정신없으신 것 같은데 아빠로서 강민호 선수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요!

어떻게 보면 시즌 중에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 하는데 지금은 최대한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려고 하고 있어요. 최근에도 부산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제주도 본가도 방문해서 가족이 다 같이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better._.olol 5시간 육아 vs 5시간 수비

8시간 더블헤더가 더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hyun_2_25 하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요?

하이요? 이제 딱 불량식품을 좋아할 때여서 초콜릿이 들어간 걸 굉장히 좋아해요. 어릴 때는 음식을 참 잘 먹었는데 이제는 딱 사춘기, 미운 네 살이거든요. 밥을 잘 안 먹어서 요즘 계속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강민호의 야구

 

koo05.j.w 포수로서 투수의 공을 받을 때 누가 제일 잘 던지나요?

잘 던지는 투수는 너무 많죠. 이번에 우리 팀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오)승환이 형도 정말 좋은 공을 던지고 있고요. 올해 10승 넘게 한 최채흥 선수도 앞으로 정말 좋게 발전할 수 있는 공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투수라고 하니까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heneillls 신인급 투수들과 호흡을 맞출 때 가장 신경 쓰는 포인트는 뭔가요?

아무래도 그 친구들이 최대한 편안하게 던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경기 중 중요한 순간에는 저도 제 사인을 고집할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최대한 그 친구들이 자신 있는 자신의 결정구를 던질 수 있게 도와줘요. 그 친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편이에요.

 

mino___47 삼성에서 함께한 시간 동안 많은 투수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됐는데, 앞으로 투수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기록이 있나요?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기록보다는 어린 친구들과 좀 더 많은 대화를 하면서 그 친구들이 좋은 투수가 될 수 있게끔 제가 도우미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 친구들의 성장 시기에 제가 도움이 된다면 참 다행이고요. 저도 도와주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 친구들이 지금의 실패에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실패가 앞으로 그 친구들이 서른 살이 넘고 베테랑이 됐을 때는 반드시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bell_o.o_ 포수를 하고 싶다면 이것만큼은 꼭 가져야 한다! 하는 능력이 있나요?

강한 어깨는 기본이고 이제 포수들도 옛날과 다르게 어느 정도 공격도 해줘야 정말 A급 포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옛날에야 포수만 잘하면 주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포수만 잘해서는 주전을 할 수 없고 정말 공수 모든 부분에서 잘해야만 좋은 포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o.o_38 강민호 님이 생각하는 포수라는 포지션의 좋은 점은?!

경기에서 이겼을 때, 그 승리 쾌감이 보통 투수와 야수들보다는 좀 더 많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sl47621 타석에 들어온 타자에게 말 걸면 대답을 꼬박꼬박하는 선수가 있나요?

많죠. 같은 동료 선수였던 전준우 선수나 이대호 선수도 있고요. 어릴 때부터 같이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이 타석에서 이야기했을 때 같이 대화를 주고받는 게 많아서 좀 좋은 것 같습니다.

 

naminhyeog712 KBO 통산 만루홈런 1등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셨나요?

1등과 몇 개 차이 안 난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만루홈런이 정말 쉽지 않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한테 만루라는 기회가 그만큼 많이 왔으니까 이렇게 만루홈런도 많이 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어요. 이범호 코치님의 기록이 최고 기록인데 도전하는 정신으로 한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sumin_jk 강민호 선수가 라커룸에서 야수조 단체 사진 찍자고 제안해서 찍었다고 들었는데 이번엔 엔트리에 있는 선수들과 다 같이 찍을 계획 없나요?

이번에 (권)오준이 형 은퇴식 때 그라운드에서 다 같이 찍었습니다.

better._.olol 포수는 특히 똑똑해야 한다는데 팀 내에서 똑똑한 순위 TOP 5 매겨주세요!

똑똑한 순위, 참 애매한데… 하하. 이 질문은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패스!

 

hanjunhwan_1218 삼성 동료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지고 싶은 것들이 있나요? (수비, 타격, 외모, 성격 등)

박해민 선수의 빠른 발을 가지고 싶습니다. (웃음)

 

better._.olol 승민 선수가 신세계 상품권 드린다고 했는데 받으셨나요?

저도 언론을 통해서 들었는데 실제로 제 앞에서는 부끄러워하기만 하고 그런 얘기를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올겨울이 지나서 (이)승민이가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지켜볼 생각입니다.

 

heneillls 야구 혹은 포수로 2행시 부탁드려요!

포수 하겠습니다. (포!) 포수는 (수!) 수비다.

 

wkqls_08_ 강민호 선수 응원가 불러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녹음되는 겁니까? 예… 삼성 강민호 오오오 강민호 빠라밤밤빰. 아, 이거 우리 하이가 잘 부릅니다. 아쉽게도 하이가 지금 없네요. (웃음)

#강민호의 TMI

 

sl47621 멘탈 관리하는 법이 따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올 시즌 초반에는 좀 많이 힘들었어요. 저도 프로에서 연차가 쌓이면서 그래도 어느 정도 멘탈을 잘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올 초에는 쉽지 않더라고요.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부진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100% 내려놓는다는 게 뭔지 알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 10~15% 정도는 내려놔야 더 큰 게 보인다는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haniraguyo 선수님도 스스로가 잘생긴 거 아시나요?

아, 이제 늙었습니다. (웃음)

 

_2venofday 강민호로 3행시 해주세요!!

(강!) 너무 갑작스러운데요, 이거. 아, 이 질문 좀 생각해서 다시 할게요. 킵!

 

heneillls 왜 그렇게 스윗해서 직관 간 타팀 팬마저 강민호 선수의 포토 카드를 뽑게 만드는지 궁금해요. 진짜 팬서비스 대박! 10월 14일 대구 SK 삼성전이었는데 그날 강민호 선수 플래카드 들고 있던 팬분이 제 옆자리였어요. 강민호 선수가 스타팅 멤버는 아니었지만 응원하는 팬에게 경기 전에 볼 보이 통해서 사인볼 전해주는 비대면 팬서비스, 9회에 오승환 선수와 배터리 후 경기 이긴 뒤, 그 팬분 앞에서 따로 인사해주는 모습까지 옆에서 본 SK 팬이 접니다. (제 자리가 3루 쪽 VIP석이었어요) SK 선수들도 팬서비스 좋지만 타 팀 선수의 꿀 떨어지는 팬 서비스를 바로 눈앞에서 보니 너무 신기하고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아, 기억합니다. 예전에는 정말 제 이름 플래카드를 들고 야구장에 직접 오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옛날에는 플래카드 문화였잖아요. 하지만 요즘에는 플래카드 문화가 아닌데 제가 그날 선발도 아니었거든요. 애국가가 나올 때 그라운드에 나갔는데 제일 앞줄에서 제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팬분이 저를 보더니 막 좋아하시는 거예요. 물론 이분도 저를 보기 위해서 경기장에서 비싼 앞자리 티켓을 구매했는데 제가 경기를 안 나가니까 아주 아쉬웠겠죠. 그래서 ‘아, 저 친구한테 어떻게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할까’ 고민했어요. 경기 중에는 못 하니까 제가 직접 사인해서 이거 사인볼 좀 전해달라고 볼 보이한테 부탁했던 기억이 납니다.

 

heneillls 삼성 구단 유튜브에서 신인선수들이 인사 왔을 때 강민호 선수가 들고 있던 딸기우유의 출처가 궁금해요.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항상 바나나우유, 초코우유, 딸기우유가 준비돼 있어요. 그래서 그날그날 먹고 싶은 걸 하나 골라 먹는 겁니다.

 

jjoony_ho TMI 질문도 괜찮다고 하셔서 보내봅니다. 선수님은 샤워하실 때 어디부터 물을 끼얹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칫솔을 들고 등에 물을 맞으면서 양치질부터 합니다.

 

yeon_and_you 선수님이 머리를 긁고 난 타석에서 역전 만루홈런을 쳐 이승민 선수의 데뷔 첫 승을 챙겨준 게 화제가 됐죠! 만약 그 이후로 머리를 긁을 때마다 대박 나고 이윽고 샴푸 광고를 찍는다는 가정하에 어떤 멘트로 광고를 찍게 될지 본인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아, 아마 이런 멘트를 할 것 같습니다. 비듬이요? 저 강민호인데요?

#강민호의 은퇴

 

ld_kang_seokhui 강민호 선수 은퇴는 롯데에서 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참 애매한 질문인 것 같습니다. 제가 롯데에서 이적해서 삼성을 왔죠. 또 삼성에서 내년에 계약이 끝나면 삼성에 있을지, 또다시 롯데로 돌아가게 될지 아니면 제3의 팀으로 가게 될지 그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솔직히 롯데에 대한 애정이 있죠. 없을 수가 없죠. 제가 14년 간 선수 생활을 했던 팀인데 당연히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아직도 시즌 중에 경기가 끝나면 웹 사이트에 들어가서 우리 팀 경기를 보고 그다음에 제일 먼저 보는 게 롯데의 경기예요.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애정이죠.

 

1_gyu 삼성에서 은퇴하실 건가요?

삼성에서 은퇴하는 게 제일 좋을 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업 자체가 대기업이고 삼성은 선수가 플레이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을 많이 만들어주거든요. 프로선수는 좋은 환경 속에서 야구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또 그런 측면에서도 삼성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juntang84 네 글자로 말하시오. 나에게 롯데란? 나에게 삼성이란?

나에게 롯데란, 가족 같은! 나에게 삼성이란, 행운의 팀!

 

ho_gang_ho 다시 피의 색이 바뀔 수 있나요...?

하하하. 수혈한다면 바뀔 수 있겠죠.

#강민호의 각오

 

ws_the_moons 국대를 포함해서 본인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경기가 언제일까요?

많은 경기가 있지만, 2009 WBC 결승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스즈키 이치로 선수로부터 적시타를 맞았을 때가 아직도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정말 생생하게 기억이 나고요. 베이징올림픽 마지막 순간도 기억에 남죠. 류현진 선수와 9회 배터리 호흡을 했던 것들, 뭐 그런 기억이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sl47621 삼성에 온 지 벌써 3년 차인데 가장 인상 깊은 경기는?

삼성의 첫 회 개막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처음 뛰는 경기, 잠실 경기였어요. (윤)성환이 형이 선발이었고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처음 대중 앞에 섰고 아무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경기이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lime_47 포수 강민호의 야구 선수로서의 목표가 있을까요?

목표가 진짜 너무나 많습니다. 박경완 선배님의 홈런 기록이나 포수 최다경기출장도 넘어서고 싶고요.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습니다.

 

heneillls 올 시즌을 마친 자신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면?

딱 짧고 굵게 말하면, 잘 버텼다고 생각을 합니다. 힘든 시간도 있었는데 그래도 잘 버텼기에 잘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가장 아쉬운 건 팀이 5강에 못 갔다는 것? 가장 아쉬운데 내년에는 정말 초반부터 잘해서 팀이 5강 싸움에서 꼭 올라갈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dugout_mz 좀 전에 킵! 해뒀던 강민호 3행시 한 번만 더!

제 이름으로 삼행시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정말로. (웃음) (강!) 강민호는 (민!) 아, 진짜로 생각이 안 납니다. 제가 다시 생각해서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그걸 캡처해서 보내드려도 나쁘지 않은 것 같죠? 그래도 팬분들 질문인데 대충할 수 없으니까 한번 잘 생각해서 다시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2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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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전화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코너 특성상 강민호 선수의 대답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 적었음을 명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