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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시즌 퓨처스리그에서 6회 이전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한 선수가 처음으로 탄생했다. 1회 2루타에 이은 2회 3루타, 3회 안타, 4회 홈런까지. 어디서 빛나는 보물인가 했더니 7년간 LG 트윈스의 육성선수로 활약한 한석현이었다. 1군 첫 데뷔와 동시에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한 그는 안정된 수비와 빠른 발, 노련한 콘택트 능력을 갖춰 호타준족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랜 시간 갈고 닦아 꿈을 향해 떠날 채비를 마친 뒤 꿈의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오래된 신인, 한석현을 만나보자.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이예랑 Location 더그아웃 매거진 스튜디오
2020시즌 성적
경기 |
타율 |
홈런 |
타점 |
득점 |
도루 |
65 |
0.345 |
2 |
24 |
46 |
29 |
#7년간의 기다림
<더그아웃 매거진>과 첫 만남이네요. 독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요. (1월 9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8년 차인 LG 외야수 한석현입니다.
2020시즌은 본인에게 어떤 시즌이었는지 궁금해요.
지난 시즌은 제가 7년 동안 LG에 있으면서 제일 뜻깊고 특별한 한해예요. 퓨처스리그에서 수상도 하고 1군으로 호출도 된 시즌이라서 제일 기억에 남아요.
지난 5월 28일 LG 입단 후 7년 만에 1군에 콜업됐는데,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그때가 시즌 초반이었는데 제가 2군에서도 잘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못하고 있는 와중에도 6년 만에 등 번호가 바뀌었어요. 그리고 마침 당시에 1군 선발진 중 대주자 자리가 비어서 저를 불러주셨고, 올라가게 됐어요.
지난 5월 29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8회 초 유강남의 대주자로 1군 데뷔의 경적을 울렸어요. 베이스를 밟는 순간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솔직히 팬들 앞에서 한번 밟아보고 싶었는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팬들 앞에서 밟지 못한 게 아쉬워요. 그래서 당시엔 퓨처스리그 경기와 똑같이 느껴졌어요. 긴장이 안 됐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평소 상상해왔던 것보다 심하게 긴장되지는 않았고 늘 하던 대로 임했어요. (퓨처스리그 경기와 별 차이가 없었다?) 네. 어차피 똑같이 야구 경기를 하는 거고 팬들도 없어서 더 그렇게 느꼈어요.
첫 경기에 첫 득점까지 하게 됐어요. 경기 상황이 어땠는지 기억나요?
그 순간이 그저 흘러 지나간 듯해요. 뭐라고 해야 하지? 그때 어땠는지 기억이 잘 나지는 않아요. 긴장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너무 빠르게 지나간 듯한 거죠?) 네.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듯 기억에 남아있어요.
6년 동안 기다린 1군 데뷔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그저 꿈이었어요. 7년 동안 육성선수 신분이었는데, 한 번만 1군 등록이 돼 보고 싶다는 간절함을 늘 가지고 있었거든요. (감독의 콜업 지시가 떨어졌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솔직히 콜업 전날부터 계속 긴장하고 있었어요. ‘아, 드디어 내가 1군에 가는 건가?’ 하고. 잠을 설치다가 새벽 한 3시쯤에 잔 것 같아요. (웃음)
지난 9월 23일 강화 SK퓨처스파크에서 4회 만에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했어요. 경기 중에 이를 어느 정도 예상했나요?
아뇨. 초반에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1회에 2루타, 2회에 3루타를 쳤을 때 ‘해볼 만하겠다’ 하고 생각했어요. 3회에 안타를 치고 마지막 홈런이 남았죠. (전)민수 형이랑 친해서 홈런을 어떻게 치는지 물어봤는데, 힘 빼고 앞에서 치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그래서 타석에 들어가서 정말 힘을 빼고 앞에서 쳐봤는데 공이 넘어가서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했어요. (퓨처스리그에서는 처음으로 6회 이전에 만든 히트 포 더 사이클이라고 해요.) 그런 기록을 세웠는지 몰랐는데 주위에서 이야기해 주더라고요. (뿌듯하진 않았나요?) 좋았죠. 뿌듯하지는 않았고 그냥 좋았어요. (웃음)
시즌 초반에 미미했던 타율이었는데 2020시즌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타율상을 받았어요. 타율 상승의 원동력이 있나요?
황병일 감독님이 잘 지도해주고 정신적인 부분도 잘 챙겨 주셨어요. 그리고 민수 형이 지난 시즌 2군에 있게 돼서 타격에 대해서 궁금한 점을 종종 물어봤거든요. 그 두 분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어요. (부진 시 따로 노력한 점은 없었나요?) 스스로 생각을 되게 자주 했어요. 예를 들어, 제가 타격이 잘될 때와 안 될 때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생각해봤어요. 그러다 보니 공을 치는 저만의 방향이 자리 잡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작년 LG가 타 구단보다 빠르게 2군에 전력분석원을 더 배치했어요.
데이터 활용도 타율 상승의 원동력 중 하나였어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됐죠. 경기 전이나 경기 후, 언제든지 필요할 때마다 자세히 알려주세요. 특히 타격의 방향성에 대해 잘 알려주셔서 도움이 됐어요. 타격 자세에서의 변화가 있을 때 영상을 보여주시고요. 타격 시 공의 주요 방향 같은 방향성도 알려주시고, 볼카운트도 알려주세요.
#세 자릿수 등 번호
지난 2017년 잠실 야구장에 선수로서 처음 방문했어요.
그때는 연습하러 구장에 갔어요. 저 자신을 보여주러 간 자리였기 때문에 따로 선수 등록이 된 상황은 아니었고, 코치님께서도 그냥 연습하는 대로 하고 오면 된다고 했어요. 주위에 친한 선수들도 있었고 부담 없이 연습 잘하고 내려왔습니다. (경기를 뛰고 싶진 않았나요?) 네. 심장이 너무 뛰던데요. (웃음)
훈련을 다녀온 후 다짐이나 목표가 생겼나요?
다짐보다는 ‘내가 저기에서 뛸 수 있을까?’, ‘언제쯤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어요.
2019년 퓨처스리그 전 경기에 출장했어요. 전 경기 출장은 체력적인 부담이 많을 텐데 평소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잘 먹고, 근력 운동 잘하고, 잘 자고. (웃음) (주로 챙겨 먹는 음식이 있나요?) 음식이요? 음식은 제가 그때 숙소 생활을 해서 식당 밥이 잘 나왔거든요. 한 두세 그릇씩 먹었죠.
체력적인 부담도 있지만, 정신적인 부담도 컸을 듯해요.
정신적인 관리가 매우 힘들어요. 정규리그보다는 경기 수가 적지만 100경기 가까이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경기를 낮에, 해 뜰 때 하잖아요. 힘듦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생각하는 것도 무너지고, 정신적으로 힘든 복합적인 상황에 놓여서 어떤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신력 관리라기보다는 일찍 경기하고 야간 연습을 하면 쉬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 푹 쉬는 게 관리하는 거죠. (스트레스를 받을 땐 어떻게 해결하나요?) 노래를 크게 켜서 듣거나 아니면 게임을 좋아해서 게임 해요. (LG 선수들 이천 숙소에서 게임 자주 하던데요.) 아, 진짜요? 저는 모르는 일인데요. (웃음)
전 경기 출전한 성실함을 차명석 단장이 알아보고 단장 권한으로 2020년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가하게 됐어요. 쉽게 오지 않는 기회인데 어떤 마음으로 임했나요?
훈련을 가기 전만 해도 ‘잘 다녀와야겠다’ 하는 생각만 있었는데 훈련 첫날에 한 가지 더 생각했어요. ‘아프지 말고 훈련 계속해보자. 안 아프고 해보자’라는 다짐이요. 2차 훈련은 못 가게 됐지만, 호주 스프링 트레이닝은 잘 마쳤으니까 목표는 달성하지 않았나 싶어요.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기억에 남았던 일은요?) 너무 더웠어요. 따로 무슨 일은 없었고 그냥 더웠어요. 기억에 남는 게 정말 날씨밖에 없어요. 달리 기억에 남는 건 1군 형들이랑 처음으로 같이 훈련해 보니까 그 순간들이 모두 다 인상 깊어요.
지난 4월 자체 청백전에서도 선발선수로 출전했어요.
저는 그때 이천에 있었으니까, 이천에서 잠실로 가서 경기하는 건 줄 알았어요. 이천에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코치님이 선발이니까 빨리 잠실로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코치님 차를 타고 잠실로 갔어요. 잠실에 도착한 뒤에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도루라든지, 주자로 나간다면 열심히 뛰려고 노력했어요. 눈에 띄고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임했죠. 제가 봤을 때 2020시즌에 데뷔할 수 있었던 건 청백전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청백전을 다녀온 뒤에 많은 자극을 받았나요?) 나도 이제 1군에서 해볼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고,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량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느꼈어요.
코로나19와 긴 장마철로 퓨처스리그 경기 수가 급감했어요. 아무래도 호출을 대비해 실전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어떻게 대비했나요?
운동선수가 감각을 유지하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그냥 평소대로 운동하는 것뿐이에요. 실내 연습장에서 계속 타격 연습,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쉬지 않고 훈련했어요.
오랫동안 퓨처스리그에 있으면서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요?
아까 언급했던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한 경기요. 그리고 경기는 아니지만, 이번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게 기억에 남아요. 제가 2020년이 특별하다고 했잖아요. 1군 선수가 아닌 퓨처스리그 선수지만, 야구를 하면서 상을 잘 못 받아봤거든요. 그래서 이 두 가지가 기억에 남아요.
한 인터뷰에서 홍창기가 뽑은 ‘2021 LG 히트상품’으로 지목됐어요. 홍창기 또한 지난 시즌 좋은 결과를 보여줬는데, 첫 데뷔 당시 어떤 조언을 해줬나요?
창기 형이랑 개인적으로 연락도 하고, 형이 1군 부름을 받았을 때도 숙소에서 같이 방을 쓰자고 했어요. 형이 평소처럼 똑같이 하라고 얘기해 줬어요. 1군 왔으니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하라기보다는 퓨처스리그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똑같이 하면 된다고, 긴장하지 말라는 말을 해 줬어요. (둘만의 에피소드도 있나요?) 제 생일에 3층 정도의 건물에서 밥을 먹고 있었거든요. 근데 밑을 내려다봤는데 창기 형이 있더라고요. 걸어가고 있길래 이름을 불렀어요. 그래서 3층 거리에서 인사하고 오늘 제 생일이라고 하니까 그다음 날 형이 기프티콘을 보내줬어요. (웃음) 또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신기하게 제가 눈이 좀 밝아서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아는 사람을 곧잘 발견해요. 근데 제가 서울에 있는 동안 창기 형을 뜬금없이 밖에서 자주 봤어요. 길 가다가 서너 번은 본 것 같아요. (같은 동네에 사는 거 아니에요?) 아니, 그것도 아니에요.
오랫동안 육성선수로 선수 생활을 했어요. 불확실한 미래지만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아프지 않았던 것이 큰 이유죠. 제가 항상 스스로 주문했어요. ‘너는 육성선수니까 절대 아프면 안 된다’ 이런 식으로요. (다치지 않아야 한다?) 네. 다치지 않아야 한다. 다치면 정말 어찌 될지 모르니까요. 18, 19년도에 경기를 많이 뛸 수 있었던 이유도 저 스스로 아프지 말자고 다짐해서인 듯해요. 다치지 않고 좋은 컨디션을 계속 유지했으니까 경기도 여러 번 뛸 수 있었던 거죠.
육성선수 생활이 길어지면서 야구를 시작한 걸 후회하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나요?
작년 초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야구를 그만두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7년 동안 했는데도 육성선수 신분이면 야구를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다음 주에 정식 선수로 데뷔를 했거든요. 내가 조금 섣부르게 생각했구나 싶었죠. 아직은 그런 생각을 하기에 이르죠. 젊은 나이니까.
#석현소개서
야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황병일 감독님이 계속 핑계라고 하셔서 시작한 이유를 말하지 않아요. 제가 야구를 늦게 시작했거든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유급도 했어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발투수가 멋있어 보여서 그 이후로 야구 관련된 만화책도 보고 TV 틀어서 야구 경기도 챙겨 봤어요. 할아버지랑 어머니께 야구 시켜달라고 말씀드리고 늦은 나이에 시작했죠. (핑계 같지 않은데요?) 감독님이 야구 못하는 이유가 늦게 시작해서라고 하셔서. (웃음)
평소 즐기는 취미 활동이 있나요?
아까 말했듯이 노래 듣는 거 좋아하고요. 랩 듣는 거 좋아하고, 잘하지는 못하는데 좋아해요. 게임도 좋아해요. (노래는 힙합 듣는 거예요?) 네. 저 살짝 ‘힙찔이’라서. (웃음) (그럼 ‘쇼미더머니’도 봤겠네요. 본인의 픽은?) 이런 거 말해도 돼요? 저는 머쉬베놈이요. (웃음)
경기를 준비할 때 본인만의 루틴이 있나요?
루틴이라기보다 경기 전에 약 챙겨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서요. 한약, 비타민, 단백질 보충제를 순서대로 챙겨 먹고 나가요. (징크스 같은 건가요?) 루틴이라고 해야 하나? 징크스라고 해야 하나요? 다른 건 경기 전에 조금 일찍 나가는 편이에요. (먼저 나가서 몸을 푸나요?) 그것 때문은 아니고, 그냥 여유롭게 나가요. 만약 경기가 오후 1시에 시작하면 11시 50분쯤 나가요. 12시 30분에 몸을 풀거든요. 경기장 주변에 펴 있는 꽃들을 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혼자 가지는 편이에요.
슬럼프를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은요?
주위 사람들이 항상 이렇게 말해요. 슬럼프는 잘하는 사람에게 온다고요. 그래서 저에겐 슬럼프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생각하는 한석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매력이요? 조금 활발해요. 활발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매력이에요.
인생 좌우명이 있다면요?
‘아프지 말자’요. 아까도 말했듯이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절대 아프지 말아야 해요.\
가장 상대하고 싶은 투수가 있나요?
외국인 투수의 공을 쳐 보고 싶어요. 얼마나 빠른지 궁금해요. 제가 살면서 아직 외국인 선수의 공을 쳐 본 적이 없거든요.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할 생각이 있나요?
저는 다시 태어난다면 조금 더 일찍 야구를 시작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5학년 정도부터 야구를 시작하고 싶네요. (더는 핑계 대지 않도록요?) 네. 핑계 대지 않으려고요. 5학년부터 시작해서 지금 이 나이까지 해보고, 똑같으면 제 실력을 인정하는 거죠. (웃음)
LG는 한석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나만의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준 팀이에요. 지금까지 제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보거든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데, 저를 성장시켜줬죠. 급하지 않고 여유롭게, 나무를 보는 게 아니라 숲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줬어요.
2021시즌 목표가 궁금해요.
목표는 1군 경기에서 안타 한 번 치는 거죠. 제가 첫 도루도 하고, 첫 대수비도 해서 공도 잡아 봤는데 아직 안타를 치지 못해서 첫 안타가 목표고요. 선발이 아닌 백업 선수로라도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게 제 목표예요.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입니다. 한석현에게 야구란?
제가 인터뷰 올 때 택시를 타고 왔거든요. 택시 타고 오면서까지 생각했어요. 야구가 인생이라는 말은 너무 식상하잖아요.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도 했어요. (웃음) ‘나에게 야구란’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했는데 메이저리그의 어느 선수가 축복이자 하늘에서 내려준 선물이라고 말했더라고요. 음, 그래서 5분만 더 생각해도 되나요? (웃음) 저에게 야구란 찾을 수 없는 답이에요. 야구엔 정답이 없다고 하잖아요. 야구를 떠올리면 생각이 너무 많아지고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아무리 생각해도 똑같은 곳으로 흘러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읽고 있는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2021년에는 전보다 나은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처음부터, 밑부터 차곡차곡 올라왔으니까 너무 조급해하지 않고 새 시즌에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코로나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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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말자는 말이 진실하고 절절해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긴 시간,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되새겨온 말이 얼마나 고된 길을 걸어온 것인지 가늠하지 못할 만큼 마음 한구석을 아려오게 했다. 무너지지 않도록 생각을 되새기며, 나아가지 못하는 본인을 탓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늘어놓은 고민이 지금의 한석현을 만든 것이라 확신한다. 온 세상엔 같은 시계추가 돌아가지만, 하염없이 도는 시계추가 무색하게 우리는 서로 다른 삶의 속도로 살아간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지만, 그 또한 더욱 빛나기 위한 시간이었음을 보여준 지난 시즌이었다. 드디어 꿈의 출발선에 서서 달려갈 채비를 마친 한석현의 시작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