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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하주석의 매력
딱 10년 전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를 만났다. 그때의 패기 넘치던 어린 선수는 이제 한 팀의 어엿한 10년 차 베테랑 유격수다. 그리고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 야구선수로서 하주석은 이미 야구팬들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선수가 됐다. 10주년 기념 인터뷰에 그가 남긴 기록, 플레이 스타일, 야구선수로서의 삶 등 야구와 관련된 것들만 담기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오늘은 야구선수로서의 하주석뿐 아니라, 10년간 <더그아웃 매거진>이 바라본 인간 하주석의 매력을 깊이 파헤쳐봤다. (더그아웃TV 유튜브를 통해 최초로 ‘반말 인터뷰’를 하는 하주석도 만나볼 수 있다.)
Photo 한화 이글스 Editor 송서미
#친근하고 편안한
안녕하세요, 인사 부탁드립니다. (3월 12일 인터뷰)
반갑습니다, 한화 이글스 유격수 하주석입니다.
뭐 하고 있었나요?
드라마 ‘펜트하우스2’를 보고 있었습니다. 요즘 완전 애청자예요. 누굴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천서진 역 배우의 연기가 진짜 눈에 띄어요. 연기를 너무 잘해요. 특별히 어느 한 편이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매 편이 계속 재밌어요. 오늘은 하은별이 임상실험을 하는 약을 먹더라고요. 기억을 잃게 하는 약이었어요.
평소엔 몇 시쯤 잠자리에 드나요?
시즌 중에는 12시, 1시에 출근해야 해서 두세 시쯤 잠들어요. 요즘은 아침 일찍 나가다 보니 11시 전에는 무조건 자려고 노력하고요. 오늘은 9시 30분쯤 일어났네요. 일단 인터뷰가 끝나고 양치한 다음에 누워 봐야 알겠지만, 내일 원정 경기라 천천히 나가도 돼서 괜찮아요. (중요한 경기나 자기 전에 하는 루틴이 있나요?) 가습기를 항상 켜고 자요. 건조하면 아침에 코가 마르거든요. 가습기를 켜두면 먼지도 덜 먹고 건강에 좋아요.
내일은 원정 경기가 있다고요?
네. 내일 광주 원정이어서 지금은 호텔에서 머물고 있어요. (식사는 했나요?) 호텔에서 먹었습니다. 소고기도 나오고 토하젓, 장어 등 잘 챙겨주셨어요. 평소에도 고기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요즘에는 양대창에 빠져있는데, 대전에 아주 맛있는 양념 양대창 가게가 있거든요. 최근 한 일주일 동안 두 번이나 갔어요.
팬들이 대전에 간다면 추천해줄 만한 맛집이 있나요?
많죠. 대전에 맛있는 곳이 참 많거든요. 당장 생각나는 건 친형 가게지만, 거긴 서울이에요. (서울에 있는 형 가게에도 팬들이 많이 다녀갔나요?) 네. 이번에 ‘스톡킹’에 나가서 몇 번 언급했더니 진짜 많은 분이 오셨어요. 주문 내역에 ‘스톡킹’을 보고 주문했다고 남겨주신 분들도 있었고요. <더그아웃 매거진>을 보고 오신다면 사인볼이라도 가져다 놔야 할까요? (웃음) 시즌 때는 자주 가지 못하지만, 비시즌에는 서울에 갈 때마다 들르는 편이에요. (못 먹는 음식도 있나요?) 마라탕을 잘 못 먹어요.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많이 나거든요.
내일은 원정 경기 끝나고 뭐하나요?
KIA 타이거즈 김선빈 선수의 집에서 같이 밥을 먹기로 했어요. 형이랑 형수랑 친하거든요. 만나면 특별한 대화를 하진 않고 주로 야구 이야기를 해요. 지난번에 홈경기 때 선빈이 형을 만났는데, 이제 야구를 좀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다른 구단에도 친한 선수가 많아 보여요.
한현희 선수도 절친이에요. (구)자욱이도 친하고요. (그럼 한화에서는 누가 가장 편한 친구인가요?) 지금은 다들 군대에 갔어요. 장진혁, 김재영, 권용우까지 넷이 친한데 둘은 군대에 가고 용우는 퓨처스팀에 있어요. (먼저 군대를 다녀왔잖아요. 이번에 군대 간 친구들한테 어떤 조언을 해줬나요?) “눈 감아봐. 그게 앞으로의 네 미래야” 이렇게밖에 말 안 해줬어요. (웃음) 장난이고요. 저도 군대를 다녀왔고, 부상으로도 1년을 쉬어봤기 때문에 야구와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어요. 그러다 보니 멀리서 야구를 바라보며 느낀 점이 많아요. 그것 또한 좋은 공부가 될 거라고 말해줬어요.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줬네요.) 그렇죠, 너무 잘해주면 안 돼요.
한화에서는 누구와 제일 가까운가요?
1군에서는 (노)시환이랑 (정)은원이랑 친하고 이성열 선배, (정)우람이 형이요. 다 편하고 좋아요. 시환이, 은원이는 특히 아끼는 동생들이에요. 아무래도 3루, 2루에서 함께 경기해야 하니까 이야기도 더 하게 되고 더 챙기게 되더라고요. 나이는 어리지만, 어떻게 야구를 해야 하는지 자기 방향이 확실하게 있는 친구들이에요. 야구에 대한 열정과 욕심도 있고요. 시환이는 성격도 밝고 다른 사람이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도 잘 맞춰줘요. 어린 나이에도 그럴 수 있는 게 예쁘더라고요.
친한 사람이 많은데, 만약 다음 인터뷰 대상자를 지목할 수 있다면 누구를 지목할 건가요?
다른 팀도 상관없다면 키움 히어로즈 한현희 선수요. 도대체 왜 얼굴에 자신감이 있는 건지 물어봐 주세요. (웃음)
#대화가 끊기지 않는
요즘 제일 큰 관심사는 뭐예요?
‘펜트하우스2’ 결말이요. 새드 엔딩이겠죠? 주인공이 다 죽을 것 같기도 해요. 아, 물론 야구에 관심이 더 많죠!
쉴 때는 뭐해요?
알람을 다 끄고 늦잠을 자요. 코로나19 때문에 밖을 잘 나갈 수도 없고요. 집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주로 보고 있어요. (집에서 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독서요. 어릴 때 두 페이지만 읽어도 거짓말같이 잠이 왔거든요. 책 읽는 게 진짜 어려웠어요. 추천해주세요.
인간 하주석에 대해 좀 알아볼게요. 본인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글쎄요. 상대방을 어색하게 하진 않아요. 그렇지 않나요? 성격이 좋은 편이에요. (눈물이 많단 소문이 있던데요?) 누가 그래요? 이상한 정보를 가져왔네요. (웃음) 아버지가 눈물이 좀 많으셔서 그 유전자를 받아왔나 봐요. 그렇게 많진 않아요. 정말 슬픈 장면을 봤을 때 잠깐 눈물을 훔치는 정도? (‘펜트하우스’를 보면서 운 적도 있나요?) 없어요. 열만 엄청나게 받았어요.
솔직히 ‘내가 이건 좀 잘났다’ 싶은 것 세 가지!
세 가지나요? 한 시간은 걸리겠는데요? (웃음) 워낙 많아서 말을 못 하겠네요. 일단 양쪽에 보조개가 있어요. 외모가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볼수록 매력 있어요. 웃지 마세요! (하나 남았습니다.) 의리가 좀 있죠. 어휴, 갑자기 땀이 나네요.
앞에서도 그렇고 드라마를 좋아하나 봐요. 좋아하는 배우도 있다면서요?
아역배우로 나왔을 때부터 배우 박은빈 님을 좋아했어요. 드라마 ‘스토브리그’ 때도 전력으로 봤죠. 꾸밈이 없어 보여요. 그게 매력이죠.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그런지 지금도 좋네요. (이상형에 가까운가요?) 이상형이랑은 좀 달라요. 제가 키가 크다 보니 키가 좀 컸으면 좋겠고 다리가 예뻤으면 좋겠네요.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 좋아요.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그럼 제일 무서워하는 건 뭐예요?
제일 무서워하는 건 엄마요. 농담이고요. 어릴 땐 그랬는데, 지금은 다치는 게 제일 무섭네요. 부상이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몇 년 전에는 스트레스받거나 일이 잘 안 풀리면 술을 마셨어요. 요즘엔 딱히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어요. 하루하루가 재밌고 야구장에 나가는 게 즐거워요.
벌써 10년 차인데, 지금까지의 야구 생활을 뒤돌아보면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십자인대 다쳤을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재활도 힘들었고 마음도 힘들었어요. 10년 동안이 아니라, 야구를 하고 살아오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어요. 그래도 주위 사람들이 도와줬어요. 그분들이 없었다면 정말 외롭고 힘들었을 거예요. 좋은 분들 덕분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힘든 생각을 덜 할 수 있었고 더 즐겁게 버티고 이겨내면서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힘들 때 제일 힘이 된 존재는요?
일단 1번은 가족이고요. 힘들 때 곁에 있어 준 정근우 선배님, 재활을 도와주신 홍남일 코치님도 있어요. 많은 분이 계셔서 다 말은 못 하겠지만, 모두 정말 감사해요. 특히 정근우 선배님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긍정적인 조언을 자주 해주셨어요. 나중에 물어보니까 일부러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게끔 도와주려고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반대로 10년 동안 뭐가 제일 좋았어요?
한화에서 가을야구 3등 했을 때요. 우리 팀은 지금 많은 게 바뀌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앞으로 한화가 얼마나 더 잘될지 기대가 돼요. 새로운 감독님, 코치진, 열정적인 젊은 선수들까지 엄청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가능성 있는 팀이라는 게 제일 기대되는 점입니다.
한화는 어떤 존재예요?
10년을 함께 한 가족이에요.
10년 차니까 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있겠죠?
변화가 큰 상황이니까 선수들이 적응을 잘해서 함께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시즌에 들어가면 당연히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겠지만, 결과가 조금 아쉬울 때도 야구장에서만큼은 즐기면서 야구를 할 수 있기를 바라요.
아주 만약에 한화 말고 다른 팀에서 뛴다면 어느 구단일까요?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만약이라고 해도 아주 힘든 질문이네요. 물론 어릴 때는 서울 사람이니까 서울에 있는 팀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앞으로도 쭉 한화에서 계속 뛰고 싶어요.
앞으로 한 번 더 10년이 지나면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 은퇴할 시기일 텐데, 제2의 인생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요?
지난 시즌 자신을 평가한다면 몇 점 정도 줄 수 있어요?
점수를 매길 수가 없네요. 10점 만점에 1, 2점 정도요. 1년을 쉬고 돌아온 시즌이었잖아요. 아프거나 다치기 싫었는데 또다시 부상을 두 번이나 겪었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던 시즌이에요. 1년을 쉬고 왔는데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18연패를 하는 동안은 재활 중이어서 힘든 시기를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컸어요.
올 시즌에는 어떤 부분을 보강하고 싶은가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안 다치는 거예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가장 큰 목표고 바람이에요. 부상을 겪지 않기 위해 겨울부터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제발 올 시즌에는 안 다치길 바랍니다.
#사랑이 많은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요?
엄청 많은데, 꼭 한 명을 꼽아야 할까요? 귀여운 아가 팬이 기억에 남아요. 서너 살 정도 된 남자아이인데, 매일 야구장에 와서 절 기다리고 비 올 때 삼촌이 비 맞으면 안 된다고 우산을 들고 있더라고요. 또 다쳤을 때 팬분들이 메시지를 적어서 책으로 만들어주셨어요. 그 선물을 받고 정말 감동했어요. 재활을 최대한 잘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팬들한테 역으로 선물을 해줄 수 있다면 뭘 해주고 싶어요?) 코로나19 때문에 팬분들을 뵐 수 있는 곳이 적어졌어요. 야구장에서는 물론이고 출퇴근할 때도 만나기가 힘들죠.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면 팬분들과 식사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요?) 당연히 고기죠! (소고기? 돼지고기?) 소는 안 돼요. 돼지를 먹어야 해요. (웃음)
팬들이 어떻게 불러줄 때가 제일 좋아요?
‘하요괴’라고 불러주는 걸 좋아해요. 이젠 그게 제 이름 같기도 해요.
만약에 야구를 안 했으면 지금 뭘 하고 있을까요?
모 방송에서는 양아치였을 것 같다는 장난을 치기도 했는데 농담이고요. 저도 제가 뭘 했을지 궁금하네요. 누나가 하는 패션 쪽 일을 같이했을 것 같기도 해요. 옷을 되게 좋아해요. SNS나 블로그를 통해서 패션을 자주 찾아보는 편이에요. 최대한 제게 잘 맞을 것 같은 옷을 찾아서 입고요. 코로나19 때문에 할 일이 없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하주석에게 야구란?
인생이죠. 인생 그 자체. 10살부터 지금까지 야구만 해왔으니까요. 인생의 반을 함께했고 항상 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야구가 제 인생이에요.
본인의 야구를 평가한다면요?
아쉬운 점이 많아요. 부상 때문에 성장이 더디다는 느낌도 들고요. 팬분들이나 구단에서 제게 기대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아직 잘 보여주지 못했어요. 아직은 제 기량을 다 펼치지 못해서 아쉬움이 크게 남아요.
늘 응원해주는 팬들한테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코로나19 때문에 야구장에서 뵙지 못하고 있는데 금세 1년이 또 지나가 버렸네요. 지난 시즌 부상 때문에도 자주 뵙지 못했는데, 진짜 보고 싶어요. 힘든 시기에 응원도 열렬히 해주시고 걱정과 격려도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올 시즌은 다치지 않고 팬분들을 많이 뵙고 싶고, 즐겁게 야구를 보실 수 있도록 더 재밌는 경기를 하겠습니다. 열심히 노력할 테니까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면 한화가 꼭 즐겁게 해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더그아웃 매거진>도 10주년이 됐는데, 축하의 한마디 부탁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인터뷰했는데 벌써 10주년이 됐네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어떻게 보면 저도 첫 시작을 <더그아웃 매거진>과 함께했네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야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잡지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야구 잡지’ 하면 생각나는 <더그아웃 매거진>이 돼서 더 뜻깊습니다. 앞으로도 20주년, 30주년 항상 최고로 남는 야구 잡지가 되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편안한 인터뷰였다. 본인의 매력을 꼽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지만, 여태껏 함께한 사람들이라면 단박에 그의 매력을 알아차릴 것이다. 친근하고 편안한 사람, 대화가 끊기지 않는 사람. 유쾌하지만 진중한 사람. 특히 야구에 대해서만큼은 그 누구보다 진심이었다. 오래도록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스스로 ‘볼수록 매력 있는 사람’이라고 칭한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마 팬들은 10년 동안 서서히 물들어 야구선수 하주석뿐 아니라 인간 하주석마저 사랑하게 됐을 것이다. 앞으로도 팬들에게 그 매력을 아낌없이 발산해주길 바란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0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