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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Voice] 스트라이크 존 정상화 DUGOUTV

dugout*** (dugout***)
2022.04.2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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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 스트라이크 존은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다존의 범위에 대한 논쟁이 끊이질 않았고경기 도중 선수와 심판 간의 신경전이 오가곤 했다심판진에 대한 팬들의 지속적인 불신과 불만이 제기되는 건 거의 일상이었다이에 KBO는 2022년을 맞아 대대적인 스트라이크 존 정상화를 선언했다야구 규정과는 명백한 차이를 보이는 현재의 존을 수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워낙 파격적인 변화를 예고한 만큼그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점쳐졌다새로운 존은 리그에 어떠한 현상을 가져오고 있을까개막으로부터 2주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정리해봤다. (4월 18일 작성)

 

에디터 김민규 사진 SSG 랜더스

 

#변화를 결심하기까지

 

KBO가 변화를 선언한 근본적인 이유는 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이 기형적으로 좁다는 데에 있었다. 2016년 이후로 스트라이크 존의 범위는 계속 줄어들었고경기당 평균 볼넷 개수는 3.78개에서 4.19개로 증가했다볼넷을 남발하는 경기가 늘어나자 자연스레 경기력의 질이 하락했고평균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연쇄작용으로 이어졌다최대한 경기 시간을 단축하려 하는 KBO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현상이었다.

 

더하여 국가대표팀의 부진에도 좁은 스트라이크 존의 영향이 컸다는 해석이 제기됐다타 리그에 비해 좁은 존에 익숙해진 타자들이 국제대회에서의 넓은 존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대표팀이 부진을 거듭하며 지난해 도쿄 올림픽 노메달이라는 충격적인 성적까지 기록하자스트라이크 존 문제는 더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 됐다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정상적인 범위의 존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KBO가 결단을 내렸다. '유니폼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을 상한선으로 하고무릎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하는 홈 베이스 상공을 말하며스트라이크 존은 공을 치려는 타자의 자세(발 너비)에 따라 결정된다'라고 명시한 야구 규정에 근거해 존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허운 KBO 심판위원장은 단순히 존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또한 새로운 존을 적용할 경우최근 몇 년간 볼로 선언된 높은 코스와 바깥쪽 코스의 공들이 스트라이크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을 얻고자 했는가

 

허 위원장이 이번 변화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명확하다존의 확대를 통한 볼넷 감소와 선수들의 공격적인 투구 및 타격을 유도하는 것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궁극적으로 야구에 대한 팬들의 흥미를 높임으로써현재 야구계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바뀐 존은 곧바로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부터 적용됐고현장에서도 존이 확실히 넓어졌다는 걸 확인하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예상대로 투수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데 반해 타자들은 확대된 존에 연신 당혹감을 숨기지 못했다불과 작년까지 볼로 인정받던 코스의 공들이 스트라이크로 선언되자 투수들은 더욱 자신감 있게 공을 던졌고타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전보다 적극적인 타격을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한편 짧은 시간에 파격적인 변화를 추구한 탓에존 자체에 대한 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특히 SSG 랜더스 추신수는 이렇게나 큰 변화를 단시간에 적용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심판들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고선수들과의 마찰도 분명히 생길 거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역시 코치진이나 선수뿐만 아니라 볼을 판정하는 심판들조차 헷갈릴 수 있다고 말하며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할 것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찾아온 투신타저(投神打低)의 시대

 

개막 후 2주가 지난 시점에서새로운 스트라이크 존은 눈에 띄는 변화를 초래했다가장 두드러지는 건 바로 경기 시간이다. 4월 18일 기준 리그 평균 경기 시간(연장 포함)은 3시간 9분으로이는 작년의 3시간 14분보다 무려 5분이나 줄어든 수치다작년 후반기에 연장전이 폐지됐던 걸 감안하면 더욱 의미 있는 감소세다또한 3시간 9분이라는 수치는 2004년 3시간 8분 이후 18년 만의 최저치다선수들의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플레이로 인해 경기가 짧고 긴박하게 변한 것이다.

 

경기 시간만큼이나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으니바로 역대급 투고타저’ 현상이다작년과 비교해보면 개막 후 2주 동안의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4.353.32)과 9이닝당 볼넷 비율(11.0%8.1%)이 명백하게 감소했고삼진 비율(18.8%19.6%)은 향상됐다특히 평균자책점은 역대 41개 시즌 중 전체 5위에 해당할 만큼 낮은 수치로, 21세기 들어 가장 심한 투고타저 시즌이었던 2006년의 3.59(역대 8)와 비교해봐도 확연히 낮다.

 

반면 타격기록은 역대 최저치를 찍는 중이다현재까지 리그 전체 OPS는 0.645, 41개 시즌 중에서 압도적인 최하위에 해당한다역대 1위 투고타저 시즌이었던 1993년의 OPS가 0.668이었다는 걸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임을 알 수 있다실제로 규정타석을 채운 67명의 타자 중 무려 15명이 1할대 타율에 머물러 있으며그 위에 또 다른 15명이 0.250 이하의 낮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투고타저를 넘어 투신타저라고 표현하기도 할 만큼 확대된 존이 리그 전체에 가져온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그럼에도 우리는 낙관할 수 없다

 

다만 경기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그 실상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역시나 일관성에 관한 부분이다허 위원장은 올해 심판들에게 판정의 일관성보다 정확성을 강조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경기 중에 실수하더라도 다음번에는 다시금 정확한 판정을 내리라는 의도였다이러한 방침 때문인지는 몰라도 심판마다 존이 확연하게 차이 나는 것은 물론한 경기 내에도 같은 코스의 공에 대한 판정이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또한 모든 경기의 볼 판정 현황을 분석해주는 사이트인 스트존에 따르면공 한두 개의 오차가 아닌 그 이상의 지속적 비일관성이 자주 확인됐다심지어는 정확성조차 상실한 어이없는 볼 판정이 이뤄지는 일 또한 적지 않았다가뜩이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하는 게 힘든 상황에서부족한 일관성으로 타자들은 더욱 고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오랜 기간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이 논란의 대상이었던 이유는 존 자체가 좁았다는 것도 있지만볼 판정의 일관성도 큰 문제였다설령 엄격하게 판단하더라도 경기 내내 일관된 심판이 유지된다면 선수와 팬 모두가 인정하는 상황에서 경기가 진행됐을 거다.

 

존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정확성이 일관성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허 위원장의 의도에는 백번 공감한다하지만 정확성이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관성에 비중을 두지 않는 것은 말 그대로 최악의 길로 가는 것이다.

 

#타당하지 못한 권위는 권력일 뿐

 

납득하기 힘든 판정이 나오더라도 불만을 표출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허 위원장은 존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심판들의 권한을 강조하겠다고 밝혔다만약 볼 판정에 항의하거나 불만을 표출한다면여지없이 경고 및 퇴장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었다실제로 4월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키움 이용규가 삼진을 당한 뒤 타석에 배트를 남겨둔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자 윤상원 구심이 바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이 과정에서 어떠한 어필이나 언쟁도 없었다단지 불만 의사를 다소 적극적인 행동으로 표현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다행히 그 이후로 퇴장당하는 선수가 나오거나 심판진과의 마찰이 발생하진 않았다어쩌면 처음부터 판정의 권위를 세울 것을 강조했기 때문에불만이 있더라도 능동적으로 피력하려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하지만 아직 치러야 할 경기는 많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에앞으로 같은 경우가 재발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따라서 본원적으로 심판진의 정확한 판정이 내려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볼 판정이 계속된다면 팬들은 결코 그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권위는 결코 인위적으로 부여되지 않는다전문성과 함께 정확성과 일관성 모두를 충족한 판정만이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그렇다면 심판진은 자신들의 판정 데이터를 확인한 후 진지하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본인의 판정은 정확성과 일관성이라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가?’ 만약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그들의 권위는 결코 정당성을 얻지 못한다그것은 권위가 아닌 권력이다.

 

#뱀의 꼬리가 되지 말아야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BO는 2016시즌의 타고투저 현상을 해소하고자 이듬해 과감히 확대된 존을 적용한 적이 있다당시에도 개막 후 2달 동안 경기당 득점(5.544.96)과 평균 타율(0.2850.277)을 감소시키는 단기적인 효과를 봤으나존이 지나치게 넓다는 이유로 다시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아이러니하게도 그때가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지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이번 시행이 용두사미로 끝나서는 안 되는 결정적인 이유다.

 

KBO리그의 위기론이 계속해서 대두된다심지어는 지난 4월 12일 NC 다이노스와 키움의 경기에 고작 774명의 관중이 입장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그 이면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리그에 대한 팬들의 신뢰 추락도 무시할 수 없다떨어진 믿음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판정에서의 정도(正道)를 확립해야 한다이번 결단이 단지 스트라이크 존만이 아닌 한국야구 전체의 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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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33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3호 (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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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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