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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차게, 찬혁!
‘슈퍼 루키’ 2022시즌 초반은 이 단어를 빼놓곤 설명할 수 없을 듯하다. 비시즌부터 유난히 많은 신인 선수가 큰 주목을 받았고, 무려 11명이나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는 영예를 누렸다. 그만큼 이번 호에서는 ‘더그아웃 루키’란 특별 코너를 통해 개막 첫 달 가장 뜨거운 활약을 펼친 루키를 조명해봤다. 데뷔 첫 두 타석에서 연속 안타, 올해 신인 중 첫 홈런 등으로 파란을 일으켜온 이 어린 영웅을 안 만나보고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지 않을까? 매 경기 겁 없이 상대에게 부딪히며 무럭무럭 커나가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 박찬혁! 이 당찬 소년의 KBO리그 입성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Photo Kiwoom Heroes Editor Chanwoo Lee
만나서 반가워요. 전화 인터뷰는 처음인가요? (4월 18일 인터뷰)
처음 해보는데, 이따 두 번 더 해야 해요. 신문사 스포츠뉴스랑 SBS 스포츠 ‘야구에 산다’ 전화 인터뷰도 예정돼 있거든요.
경기가 없는 월요일인데 아주 바쁘네요. 쉬어야 할 텐데요.
그래도 이따가 친구랑 같이 쇼핑하거나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쉬는 날엔 보통 이렇게 친구들을 만나서 노는 편이에요.
#설레는 출발
요즘 하루하루가 즐거울 것 같아요. 매일 어떤 기분으로 야구를 하고 있나요?
정말 날마다 너무 즐겁고 설레요. 새로운 구장에 가보거나 다른 팀 선배님들을 만날 때마다 너무 재밌습니다.
개막 엔트리에 든 것도 모자라 계속 선발 출장하며 기회를 받고 있어요. 첫 시즌부터 이렇게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나요?
시범경기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하진 않았어요. 저를 믿고 계속 선발 출전 기회를 주시는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죠.
본인의 어떤 점을 좋게 봐서 기용하고 있는 것 같나요?
신인답지 않게 과감하고 당차게 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봐주신 거 같아요. 적극적인 플레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게 아닐까 해요.
팀 내에 워낙 대단한 타자가 많잖아요. 배우는 점도 많겠어요.
정말 많이 배우죠. 이용규 선배님, (이)정후 형, 야시엘 푸이그 선수 등을 보며 타석에서의 마음가짐과 대처법 등을 참고하고 있어요. 궁금한 게 생기면 직접 물어봐서 얻는 것도 많고요.
스프링 캠프 때 이정후 선배와 룸메이트였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지금도 원정 경기에 가면 계속 룸메이트를 하고 있어요. (국내 최고의 타자와 함께 방을 쓴다는 게 되게 신기했을 거 같아요.) 캠프 때 정후 형이랑 같은 방을 쓴다는 얘기를 처음 듣고 진짜 너무 놀라고 떨렸어요. 형이 항상 친동생처럼 잘 챙겨주시고 있어요. 일상적인 대화도 많이 하고 좋은 조언도 해 주시고요.
고교 시절까지 줄곧 외야수를 하다 프로에 와선 1루도 보고 있어요.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아무래도 처음엔 어려움이 없지 않았죠. 그래도 김일경 수비 코치님이 많이 신경 써주시고, 선배님들도 “어차피 네 원래 포지션은 1루수가 아니니까 못해도 된다. 그냥 편하게 해라”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점차 순조롭게 적응해갔어요. 그래도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까 지금은 나름대로 좀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1루를 보는 건 완전히 처음인가요?) 고등학교 때 몇 차례 한 적 있긴 한데, 이렇게 준비한 건 처음입니다.
아직 표본은 작지만, 지명타자일 때보다 수비 포지션에 나갈 때의 타격 성적이 더 괜찮아요. 수비를 병행하며 집중력이 생기는 타입인지 궁금하네요.
그런 느낌이 약간 있긴 해요. 수비를 병행해야 타석에서 밸런스가 조금 더 잘 맞는 것 같달까요.
그렇군요. 프로에서 몇 경기를 치르며 느낀 점들이 있을 텐데,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장 먼저 보완할 점은 무엇일까요?
아직은 프로 투수의 공에 더 적응해야 할 것 같아요. 확실히 제구력과 변화구의 예리함이 이전과는 다르더라고요. 선구안을 좀 더 길러서 출루율을 향상하고, 타율도 좀 더 높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반대로 ‘내 이런 강점이 프로에서도 통하는구나!’ 하고 느낀 부분이 있다면요?
배트 스피드나 공에 대응하는 능력은 어느 정도 통한다고 느꼈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
#특급 신인 등장!
데뷔전으로 돌아가 볼게요.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를 상대로 데뷔 첫 타석에서 안타를 뽑아냈어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들어갔나요?
그땐 너무너무 긴장됐어요. 많은 관중 앞에서 뛰는 게 처음이라 아무것도 안 들리고, 눈앞에 있는 반즈 선수밖에 안 보이더라고요. ‘그냥 공 보고 공 치자’는 마음으로 정신없이 임했는데 다행히도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그렇게 긴장했는데도 결과를 만들어낸 게 대단한데요? 심지어 다음 타석에서도 안타를 때렸고, 세 번째 타석에서는 아슬아슬한 파울 홈런도 나왔어요.
첫 타석 이후로는 긴장이 점점 풀렸어요. 저만의 존도 그릴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여유를 찾아서 자신감 있는 스윙이 나왔어요. 첫 단추를 잘 끼운 덕에 이어질 경기들을 더 기대할 수 있었던 날이었죠.
그리고 4월 10일, 삼성 라이온즈 백정현을 상대로 데뷔 8경기 만에 첫 홈런을 때려냈죠.
당시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이었어요. 이후 백정현 선배님이 계속 직구를 던지셨고요. 그래서 ‘불리한 카운트지만 직구를 한번 노려봐야겠다’하고 되뇌었는데, 마침 딱 좋아하는 코스로 공이 들어와서 주저 없이 돌린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어요.
베이스를 돌면서 어떤 기분이었나요?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그저 얼떨떨하고 믿기지 않았죠. 그러다 벤치로 들어오고 나서야 좀 실감이 나더라고요. (축하도 많이 받았겠어요.) 경기가 끝나고 연락이 엄청나게 왔어요. 부모님, 친구들, 후배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어요.
첫 안타와 첫 홈런공은 잘 챙겼나요?
첫 안타 공은 구단에서 보관하고 있어요. 기념 케이스에 잘 담아서 주실 예정인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첫 홈런 공은 결국 주운 분을 못 찾았다고 들었어요. (아이고, 좀 아쉽겠네요. 기념할만한 공인데요.) 조금 아쉽긴 한데요,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진 않습니다. 앞으로 더 많이 치면 되니까요.
크게 될 마인드네요. 이후 2호 홈런까지도 얼마 안 걸렸어요. 폴대에 맞았지만, 잠실야구장을 훌쩍 넘길 수 있을 만큼 큰 타구였는데요.
그때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로 공이 들어왔고, 허리 회전과 손목에 힘이 들어가는 타이밍이 정확히 맞아떨어졌어요. 덕분에 큰 비거리의 타구가 나왔던 것 같아요. (타고난 힘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걸까요?)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몸을 받은 덕이죠.
앞으로 만나봐야 할 투수들이 훨씬 많지만, 지금까지 상대해 본 가장 인상적인 공은 뭔가요?
삼성 데이비드 뷰캐넌 선수의 공이요. 계속 보더라인 끝에 공을 던지고, 스트라이크 존 안에 넣었다가 뺐다가 하는 걸 굉장히 잘하더라고요. 그런 수준급 투구는 처음 봐서 상대하며 공부가 많이 됐어요.
고졸 신인임에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 팬들이 아주 예뻐해요. 팬들의 지지가 실감 나는지 궁금하네요.
요즘 팬분들이 정말 좋아해 주세요. 막내라고 귀여워해 주시는 것도 느껴지고요. 야구장에서 응원해 주시는 것뿐만 아니라 구단 유튜브 댓글, 인스타그램 DM 등으로도 격려받고 있어요. 덕분에 자신감도 생기고 무척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에 대해 알려줄게요
작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에 지명될지 꽤 관심을 모았어요. 그 팀이 키움이 될 거라고 예상했나요?
드래프트 며칠 전에 야구부 코치님으로부터 구단에서 전화가 왔다는 얘기를 듣긴 했어요. 그래도 키움으로 가겠다는 예상은 전혀 못 하고 있었어요. 사실 키움뿐 아니라 어디로 가게 될지 하나도 감이 안 왔어요.
과거 3학년으로 올라갈 시기쯤에 본지와 만난 적 있어요. 당시 최대한 좋은 순번에 불리고 싶단 이야기를 했는데, 전체 6번 정도면 만족스러웠을까요?
그럼요. 만족스러웠죠. 내심 1라운드 안에 뽑히고 싶었는데 이뤄져서 좋았습니다.
팀에서 막내 역할도 하고 있을 텐데, 막내로서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점이 있다면요?
키움은 나이나 연차를 두고 각자 맡을 일을 정해두지 않아요. 제가 어리다고 해서 특별히 일을 더 한 건 없어요. 오히려 코치님들과 선배님들이 시킨 것 외에 다른 건 하지 말라고 말리시더라고요.
구단 유튜브 신인 인터뷰 영상에서 특기가 피아노라고 밝혔어요.
중학교 때까지 꽤 오래 꾸준히 쳤는데, 고등학교 진학 이후로는 시간이 없어서 자주 못 하고 있어요. (언제 시작했어요?) 야구를 하기 전 초등학교 때 학원에 다니며 배우기 시작했어요. 학원을 그만둔 이후에도 배웠던 걸 토대로 시간 날 때 취미로 치곤 했습니다.
학원에선 ‘체르니 몇 번’ 악보집을 보며 배우곤 하잖아요. 혹시 몇 번까지 했나 기억나요?
사실 오래돼서 가물가물한데요. 제 기억엔 체르니 50이었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확실하진 않아요.
정말요? 50이면 꽤 수준급이었나 본데요. 만약 야구를 안 했으면 피아노 쪽으로 진로를 정했을까요?
음… 그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무엇을 했을까요?) 종종 대기업에 들어가서 회사 생활하는 게 궁금하곤 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고 싶다기보단 오피스 라이프나 분위기 같은 거랄까요.
계속 대전에서 커왔는데 지금은 수도권에서 생활하고 있겠네요.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숙소 생활한 지 이제 4개월 정도 됐어요. 처음엔 지하철을 탈 때도 헤매곤 했는데, 이젠 다 적응됐어요. (가족들과도 떨어져 지내겠어요.) 그렇죠. 같이 지냈으면 부모님을 자주 볼 수 있어서 좋았을 거고, 챙겨주시는 것도 많았을 텐데 지금은 그럴 수 없어요. 저도 부모님도 아쉬워하고 있어요. 그래도 매일매일 연락하고 있고, 제가 뛰는 모습을 보며 정말 좋아하십니다. (언제 한번 홈 경기 때 부모님을 초대해야 할 텐데요.) 사실 어제 잠실 두산 베어스전 원정 경기에 오셨어요. 조만간 홈 경기 날에도 초대할 예정입니다.
4월 13일 NC 다이노스전 연장 끝내기 승리 때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요. 물세례 세리머니 준비를 아주 열심히 하던데, 왜 그렇게 열심이었어요? 굉장히 귀엽더라고요.
개막 시리즈 롯데전에서 먼저 끝내기 승리가 나왔거든요. 그때 ‘아, 승리가 이렇게 짜릿한 거구나!’ 하고 처음으로 느꼈어요. 그래서 NC전 때도 끝내기 세리머니를 너무 하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했던 거 같아요. (강민국 선배가 볼넷을 얻어내며 끝났어요. 그래서 물세례는 잘 명중했나요?) 준비는 열심히 했는데, 사실 버리는 게 반이었습니다. (웃음)
결과가 어땠나 궁금했는데 아쉽게 됐네요. 아직 본인 응원가가 없는데, 혹시 ‘내 응원가는 어땠으면 좋겠다’하는 게 있어요? 관계자분이 참고할 수도 있어요.
아직 응원가가 없어서 저도 조금 아쉬워요. 얼른 생겼으면 해요. 일단 다른 팀 팬분들까지 즐겁게 따라 부르게 되는 중독성 있는 노래면 좋겠어요. 모두가 신나게 따라 하며 춤출 수 있는 응원가요. 좋은 곡으로 잘 만들어주실 거라고 믿고 있어요.
#앞으로가 더
얼마 전 모교 북일고의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 방문했어요. 모교에 대한 애정이 깊어 보여요.
북일고에 다닐 때 학교로부터 정말 많은 지원을 받았어요. 또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모두 저를 좋아해 주시기 때문에, 응원하는 차원에서 다녀왔습니다. 후배들이 너무 잘하는 모습을 보며 기분이 좋았어요.
후배 대다수가 작년까지 함께 생활한 동생들인 거잖아요. 어엿한 프로 1군 선수가 돼서 돌아오니 반응이 어땠나요?
다들 신기하다고 하더라고요. 1학년 후배들은 연예인 보는 것 같다는 얘기도 했어요. 그래도 친한 동생들이랑은 옛날과 똑같이 장난도 쳤고요.
고등학생 때는 김태균 선수를 닮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키움에 입단한 이후 또 다른 롤 모델이 생겼을까요?
일단 김태균 선배님이 제 롤 모델인 건 변함없습니다. 그리고 박병호 선배님과 정후 형을 닮고 싶단 생각도 들어요. 정후 형은 저랑 다른 스타일의 타자이지만, 멘탈과 승부욕만큼은 꼭 본받고 싶습니다.
스프링 캠프 때 진행한 인터뷰에서 빨리 1군에 합류해 팀에 보탬이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어요. 목표를 약간 수정해도 될 듯한데요?
어, 어떻게요? (지금 워낙 잘하고 있으니까요! 혹시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나 해서요.) 음… (고민) 지금처럼 계속 좋은 분위기 속에 열심히 해서 우리 팀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싶습니다. 최대한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게요.
올 시즌 신인 선수 중 최초 홈런의 주인공이에요. 또 본인이 무언가를 최초로 할 수 있다면 어떤 게 좋을까요?
신인 중 최초라면… 끝내기를 제가 가장 먼저 해보고 싶습니다. (물 많이 맞을 텐데요.) 그래도 좋습니다. 실컷 맞아도 돼요.
앞으로 프로 생활을 하며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나요?
저 골든글러브 수상은 꼭 해보고 싶어요. 정후 형 글러브에 별이 네 개나 붙어 있거든요. 그걸 보고 너무 부러웠어요. ‘나도 열심히 해서 언젠간 저런 글러브를 갖고 싶다’하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하면 언젠가 분명 그날이 올 거예요. 마지막으로 본인을 응원하는 팬분들한테 앞으로의 포부 한마디 남겨주세요!
제게 이렇게 큰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팬분들의 응원 덕분에 이렇게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신인답게 패기 넘치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 야구장에 많이 찾아와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
아무리 선배들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한들 역시 신인은 신인. 통화 내내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다소 긴장한 듯한 목소리는 루키들에게 흔히 볼 수 있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본인의 생각을 술술 전하는 능력은 분명 또래보다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야구뿐 아니라 인터뷰 영역에서도 퍼텐셜이 남다른가 싶더라.
타자 유망주를 잘 키워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히어로즈에 모처럼 나타난 대형 재목이다. 과연 박찬혁은 이정후와 김혜성의 뒤를 잇고 박병호에 대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을까? 유망주에게 과도한 부담은 조심스럽지만,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스멀스멀 기대감이 삐져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연거푸 삼진을 당하더라도 호쾌하게 배트를 돌리는 이 어린 재능의 스윙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자. 우리는 그에게 무한한 칭찬과 격려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기만 하면 된다.
▲ 더그아웃 매거진 133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3호 (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