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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Voice] 입장료 수익 분배, 각기 다른 입장 DUGOUTV

dugout*** (dugout***)
2022.06.2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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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내가 지불한 티켓값은 홈 팀과 원정팀 중 어떤 팀이 더 많이 가져갈까당연히 홈 팀이 모두 가져갈까원정 경기를 직관하러 갔을 때 한 번쯤은 궁금했을 만한 문제다이 질문의 정답은 입장료 수익의 72%를 홈 팀이나머지 28%를 원정팀이 가져가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최근 이 분배 비율을 72대 28이 아닌 100대 0으로 수정하자는 수도권 팀의 주장이 수면으로 올라오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시간을 두고 다각도로 연구해보자는 허구연 KBO 총재의 설득으로 해당 주장은 일단락됐으나입장료 수익 배분 문제는 하루 이틀 거론된 문제가 아니다. (6월 15일 작성)

 

에디터 김진석 사진 KT 위즈

 

#40년간 이어진 의견대립

 

프로야구 출범 첫해인 1982년에는 6개 원년 구단이 모든 구장의 입장료 수익을 합해 같은 비율로 나눠 가졌다하지만 관중동원을 위해 노력한 팀과 그렇지 않은 팀에 대한 차별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머지않아 수정안이 발표됐다. 1984년에는 6개 구단 전체 입장료 수익의 60%를 이전처럼 모든 팀이 공동으로 나눠 갖고나머지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홈 팀과 원정팀이 60대 40으로 나눠 갖는 방안을 채택했다.

 

이후 공동분배 제도가 사라지며 현재처럼 각 구장의 입장료를 양 팀이 모두 나눠 갖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정됐다. 1986년엔 55대 45, 1987년엔 60대 40, 1988년엔 70대 30으로 매년 수정된 비율이 적용됐으며, 1993년에 이르러 현재의 72대 28의 분배 방식이 채택됐다. 1993년 당시 75대 25 비율을 주장한 LG 트윈스, OB 베어스(전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3개 구단과 70대 30 비율의 현행 유지를 주장한 나머지 5개 구단의 줄다리기가 계속되자 이상훈 당시 KBO 총재가 중재안을 내놓은 결과다.

 

그렇게 약 30년간 일정한 배당으로 분배가 이뤄졌으나최근 허구연 총재 부임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일부 수도권 구단이 입장료 수익 100% 홈 팀 지급을 주장하며 문제가 제기됐다. 3년 만에 관중 입장 제한이 완전히 풀린 참에홈 팀이 입장 수익을 100% 독식하는 쪽으로 제도를 수정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등장한 거다이 같은 방안에 대해 지방 구단들은 형평성 문제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를 표출했으며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갔으나 결국 이날 이사회는 그에 대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끝을 맺었다.

 

#지방 구단의 기여도를 인정하라

 

입장료 수익 전체를 단순히 일정 배당으로 나눠 분배하는 현 제도에서홈 팀과 원정팀 팬의 구분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야구장은 양 팀 팬뿐만이 아니라 제구단 팬과 여가를 위해 일회성으로 방문한 시민 등 다양한 관중이 찾는 장소다그러나 지금의 수익 분배 관점에서는 모두 똑같은 소비자 1인일 뿐이다얼마짜리의 좌석을 구매했는지에 대해서만 차이가 있지홈 팀과 원정팀 중 어느 쪽의 팬이 경기장에 많이 방문했는지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그렇다고 홈 팀이 모든 입장료 수익을 가져간다면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많은 야구팬도 알고 있듯지방 구단의 수도권 거주 팬그리고 수도권 구단의 지방 거주 팬 비율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국내 프로야구팀 팬덤 형성은 연고지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본인의 거주지 혹은 고향의 연고 팀을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특정 지역 출신인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태어나보니 해당 팀의 팬이었던 경우도 상당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2명 중 1명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을 만큼 인구 편중 현상이 심한 국가다수십 년에 걸친 이촌향도 현상으로 롯데와 KIA 타이거즈 등 지방 구단 팬들 역시 서울경기 지역으로 대거 이주했고수도권에서 나고 자라온 그들의 아들딸이 부모님의 영향으로 지방 연고 팀을 응원하는 현상이 이미 보편화했다위 구단들이 전국구 인기 팀으로 불리며 어디든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닐 수 있는 근간도 여기에 있다.

 

일례로 잠실야구장의 올해 관중 현황을 살펴보자작성일 기준 올 시즌 최다 관중(24,132)을 기록한 5월 14일 토요일 LG의 홈경기상대는 KIA였다그다음으로 많은 24,012명의 관중이 입장한 경기는 두산과 LG의 어린이날 매치였고, 2만 3천 명 이상이 입장한 경기는 3차례 더 있었는데 원정팀은 모두 KIA와 롯데였다올 시즌 고척스카이돔의 경우엔 가장 관람객이 많은 토요일 평균 관중이 6천 6백 명에 못 미치고 있지만앞선 두 팀의 방문 때는 8천 2~3백 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반대의 현상은 흔하지 않다리그 개막일인 4월 2일 토요일 LG의 KIA 원정 경기 관람객 수는 16,908명에 불과했다개막전이라는 흥행 요소가 있었음에도 앞선 사례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수다이후 육성 응원 허용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개막일 경기는 올 시즌 광주 최다 관중 입장 경기로 남아 있다롯데는 홈에서 같은 경남권 팀인 삼성 라이온즈를 불러들여 두 차례 매진 사례를 이뤄냈지만수도권 팀이 방문했을 때 특별히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진 못했다포스트 시즌이 아니고서야 지방 구장에 수도권 원정팀 응원석이 가득 차는 일은 보기 힘들다.

 

수도권 관중 흥행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도 수익의 28%밖에 못 가져간다는 게 어쩌면 그들로선 장기간 불편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그런데 한술 더 떠 100%를 모두 홈 팀에 지급하자니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이러한 반응과 더불어 수도권 팀이 지방 팀의 관중동원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중이다.



  

 

#인프라 부족도 옛말

 

홈경기 수익 독식을 주장하는 구단도 나름의 근거가 있다지방팀도 인프라 확충으로 과거와 달리 충분한 관중 동원력을 갖췄다는 게 주된 이유다현재의 72대 28 비율이 확정된 1993년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다수의 지방팀은 심히 낙후하고 수용력도 부족한 구장에서 경기를 치렀다오래되긴 했어도 잠실야구장과 비슷한 수용력을 갖춘 사직야구장은 상황이 나은 편이었으나, KIA와 삼성의 경우 얘기가 달랐다두 팀의 이전 홈구장인 광주무등경기장 야구장과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은 각각 1965년과 1948년에 개장했을뿐더러좌석 수가 1만 석을 간신히 넘을 만큼 수용력도 낙제점이었다촘촘한 좌석 간격과 부족한 식음료 시설 등 관람 편의를 거의 고려할 수 없는 환경은 덤이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등 다수의 신축구장이 생기며 상황은 급변했다두 구장은 현대화된 시설은 물론 각각 2만 석, 2만 4천 석 정도의 좌석을 설치해 수도권 대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인프라를 확보했다가장 최근에 개장한 NC 다이노스의 창원NC파크는 말할 것도 없고또 하나의 노후 구장으로 꼽히던 한화 이글스의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역시 꾸준한 리모델링을 거쳐 여건 내에서 최대한 쾌적한 관람 환경과 많은 좌석 수를 확보하고 있다최근에는 한화와 롯데의 구장 신축 관련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이 있는 만큼 서울의 잠실야구장 대비 지방 구장들의 관중동원 여건이 상당히 부족하단 건 다 옛날얘기니입장료 수익의 홈 팀 배당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논조다물론 앞서 말한 인구 편중 등의 문제는 배제된 주장이긴 하나더는 지방의 인프라가 부족하지 않단 근거는 틀린 말은 아니다.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다

 

그 외에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원정 응원석을 해당 구단이 직접 판매해 수익을 거둘 수 있게끔 권한을 양도하자는 의견도 심심찮게 보인다티켓 구매 시 응원 팀을 조사해 해당 구단에 수익을 전달하자는 방안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 가능성이 떨어지는 방안들이다프로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원칙으로 한다인기가 많은 구단은 수익 확보에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이른바 스몰마켓 구단은 얘기가 다르다자생력을 가지기 위해서 빅마켓이 벌어들인 수익을 일정 부분 공유하는 게 이들에겐 정상적인 구단 운영과 직결되기도 한다현재의 프로야구 중계권료 배분 사례가 그 좋은 예다연간 약 790억 원에 이르는 TV와 뉴미디어를 합한 프로야구 중계권료는 현재 10개 팀에 균등하게 분배돼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30개 구단이 전체 입장료 수익 중 48%에 해당하는 금액을 리그 내 공동 금액으로 활용해 모두에게 균등하게 분배한다. KBO리그의 제도와 비교하면 수익의 상당액을 모든 팀이 나눠 가진 것이다수익성이 좋지 않은 스몰마켓의 경쟁력을 보전하기 위한 일종의 품앗이 시스템인 셈이다이렇게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다 보니 MLB 팀들은 당장 이윤에 매달리기보단 구단 가치를 높이는 데 관심을 쏟을 수 있다선수단 관련 시설을 확충해 더 나은 경기력을 도모하는 등 더 멀리 보고 투자할 여건이 생기는 거다인기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이 극명히 갈리고구단 운영을 모기업에 크게 의존하는 KBO리그 역시 이러한 순풍이 필요하다.

 

허구연 총재가 시간을 두고 다각도로 검토해보겠다라고 언급한 것은 단순히 비율 조정 검토를 시사한 것만은 아니다프로야구에 필요한 통합 마케팅의 초석을 어떻게 다져야 할지 고민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KBO리그의 장기적 발전에 의미를 더할 방법은 구단별 이윤 타진이 아닌 공동체 의식이 결합한 통합 마케팅이다리그 전체의 발전을 위한 수익 분배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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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그아웃 매거진 135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2년 135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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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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