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이 없습니다.팀에 소속해 활동해보세요!
가입된 리그가 없습니다.리그에 가입해보세요!
서포트하는 선수가 없습니다.선수들을 서포트 해보세요!
최근 다양한 기술과 이에 기반한 통계가 세계 야구의 판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항공모함의 레이더에 적용되던 추적 시스템을 야구에 도입한 ‘스탯캐스트’를 통해 공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경기 내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 ‘염소의 저주’를 견디고 10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6년의 시카고 컵스의 타선이 통계에서 찾아낸 ‘좋은 타구 발사각’을 통해 더 강해진 모습을 보였듯, 생활 체육 야구 리그의 강타자가 되는 비법 역시 함께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에디터 권형석 사진 백나영 장소 홈런맨 트레이닝시스템 홈런맨 BP 성수역점
위에서 언급된 통계에 따르면, 시속 90마일(약 144.8km/h)이 넘는 타구는 지면과 7~12도의 각도를 이루는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일 때, 그보다 느린 타구는 12~15도의 각을 이룰 때 안타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 전자의 경우 75%, 후자는 90%에 가까운 안타 비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카고 컵스의 존 메일리 타격코치는 타자들에게 7~15도 사이의 발사각을 만드는 타격을 할 것을 지시했고, 그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사실 생활 체육 야구인들에게는 약간 생소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과 만난 현대 야구의 발전 속도가 빨라졌듯, 새로운 방식의 연습을 통해 리그에서 손에 꼽히는 타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 만약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면,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홈런맨 배팅장을 소개하고 싶다.
락커 열쇠를 받아 옷을 갈아입고서 몸을 풀며 준비를 마친다. 티배팅을 통해 스윙을 조율하고, 피칭머신에서 날아오는 공을 타격하면서 감을 끌어 올린다. 배팅볼의 코스와 구속, 구질을 조정하는 것까지는 여타 야구연습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홈런맨 배팅장의 특별한 디테일은 현대야구가 발전한 방향을 안내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말이 복잡했지만, 첫 단계부터 어렵지 않게 사소한 배려를 찾을 수 있다. 보통의 생활 체육 야구 팀의 훈련에서 티배팅은 2인이 한 조를 이뤄 진행한다. 배팅 티 위에 공을 올려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화된 배팅 티업머신이 있기 때문에, 최대 120개의 공을 이용해 연습에 집중한 뒤 뒷정리만 하면 된다. 티 위에 놓인 공을 타격하면 정면의 화면을 통해 타격의 결과를 3D 그래픽으로 볼 수 있다. 배트스피드, 타구의 방향, 속도, (월드시리즈 우승팀도 강조했던) 타구의 발사각, 이 값을 통해 산출된 비거리가 그것이다.
티업머신을 이용하는 이 훈련 프로그램을 ‘프로퍼포먼스’ 훈련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홈런맨 배팅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자신의 연습 데이터를 통계에 대입해 문제를 찾거나 발전을 위해 보완할 점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이 훈련을 하면서도 목적을 두고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더 섬세하다 느껴졌다.
티배팅을 마치면 피칭머신에서 날아오는 공을 통해 대처능력을 키우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여기서 선택 가능한 연습 방법이 세 가지인데, 보통의 피칭머신이 있는 방, 7인치 정도의 작은 공을 타격하며 콘택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 마지막으로 다양한 구질의 공에 대처하며 티배팅과 마찬가지로 타격한 결과를 화면을 통해 지켜볼 수 있는 방이다.
첫 번째 방과 두 번째 방에서도 사소하지만 큰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우선 피칭머신을 켜거나 끄기 위해 직접 움직이지 않고, 배터 박스 옆에 위치한 작은 리모컨을 이용해 가동시키거나 멈추는 것이 가능했다. 피칭머신의 구속은 최대 140km/h 정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리모컨의 ‘Single Pitch’ 버튼을 눌러 구속이나 제구가 본인에게 적당한지 체크할 수 있다.
작은 공은 투구에 대한 집중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체험해보는 이들 대부분이 빠른 구속이 아님에도 처음엔 쉽게 타격하지 못했다. 하지만 작은 공의 움직임에 익숙해진 뒤에는 더 빠르고 움직임이 있는 공도 좋은 타격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평상시에 보는 것보다 작은 공을 통해 콘택트 능력과 집중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홈런맨 배팅장의 또 다른 ‘작은 배려’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큰 방에 들어서기 전, 특별한 장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구속, 구질, 로케이션, 투구 횟수를 조절할 수 있는 리모컨이었다. 패스트볼은 최고 150km/h의 구속까지 설정이 가능하며, 좌/우투수를 구분 지어 커브볼을 타격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있다면 상대 팀 투수 유형에 맞춰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투수의 릴리스 포인트에서 타석까지의 거리와 근접한 18m. 첨단 ‘울트라 머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에서는 위력이 느껴졌다. 또 실제 프로 레벨에 근접한, 혹은 그 수준의 공을 실제로 지켜보니 흥미가 생겼다. 물론 실제로 타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이런 공도 어렵지 않게 쳐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재밌는 상상과 함께 훈련에 동기를 부여하는 좋은 장비라 느꼈다.
또한 울트라 머신이 설치된 방 옆 공간에 마련된 모니터에는 배트스피드, 타구의 방향, 속도, 발사각, 비거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티배팅을 하며 체험할 수 있었던 프로퍼포먼스의 상위 버전, 프로퍼포먼스 메이저 프로그램이다. 프로퍼포먼스 메이저는 타격의 결과를 보다 직관적인 그래픽으로 나타내, 연습하는 이가 자신의 타구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반복을 통해 타격의 완성도가 높아지다 보니 타구에도 신경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울트라 머신으로의 연습을 마친 이후에는 타격 연습의 전 과정을 통틀어 가장 지겨운 순간, 공을 모으는 시간이 기다린다. 하지만 여타 훈련시설의 방식과는 다르다. 이 순간에마저도 기술과 배려를 찾을 수 있는데, 바로 공을 정리하는 기구였다. 약간은 생소한 생김새였지만, 이리도 좋은 아이디어를 통해 몸이 편해질 수 있다는 것에서 나의 타격 실력을 위해서도 결정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홈런맨 배팅장은 대체로 혼자 온 방문객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고 연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시작 단계인 티배팅부터 마지막으로 공을 정리하기까지, 남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편리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름을 통해 알 수 있듯 홈런맨 배팅장은 ‘하늘이 내린 4번 타자’ 박병호 선수를 후원하는 BMC사의 장비들을 이용하여 연습할 수 있는데, 배트 그립이나 배팅 장갑, 혹은 의류나 양말 같은 액세서리류는 연습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그리고 ‘홈런맨 카페’에서는 음료를 구매하여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휴식의 중요성 역시 현대야구에서 강조되는 것 중 하나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특히 10월의 연휴)처럼,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다. 하지만 배트와 공은 둥근 모습을 지키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노력과 땀방울은 배신하지 않지만,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다면 더 높은 효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야구가 타구각에 주목하는 이유를 느끼게 된다면 리그의 강타자에게 가졌던 동경심도 어느덧 당신의 이야기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