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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동아리 패기와 열정, 디펜딩챔프 서울과기대 히어로즈를 물리친 건대불소OB 이슈&대세

GM수연아빠 (july***)
2019.06.18 13:29
  • 조회 6982
  • 하이파이브 10

제2회 U+5G 사회인 야구대회 8강, 디펜딩챔프 히어로즈를 물리친 건대불소OB


 아주 오래전 90년대 학창시절을 회고해보면 대학 야구서클은 그냥 야구 좋아하는 학교 선후배들의 친목단체 성격이 강했다. 여학우 하나 없는 칙칙한 분위기의 동아리방과 낡고 냄새나는 열악한 팀장비, 간지 떨어지는 구멍나고 빛바랜 유니폼, 여러가지로 봐도 야구를 잘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기 보다는 그냥 단지 야구가 좋아서 모인 학우들이 잠시 시간을 내서 캐치볼을 즐기거나 프로야구 혹은 박찬호가 활약하던 메이저리그 삼매경에 빠져 친목을 도모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래서 매너리즘을 탈피하지 못한 소위 명문대의 경우 전통의 중앙동아리보다 훨씬 야구 잘하는 신생 단과대 동아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것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결국 엘리트 대학유니폼을 차려 입고 학교이름을 단 동호인팀이 실력면에서 그다지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였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동아리 출신 OB들이 주축이 된 학교이름을 간판으로 내 건 야구팀들은 주변의 좋은 인프라속에 대학 4년간 짬짬이 갈고 닦은 훈련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사회인야구 정상급팀들과 어깨를 견주고도 남을 만큼의 뛰어난 실력을 갖추기 시작한다. 지난해 유플러스 사회인 야구대회의 우승을 차지한 서울과학기술대 히어로스와 올해 8강에서 맞붙은 건국대 불소OB를 보면 확실히 앞으로의 대세는 대학동아리 출신의 실력과 열정을 겸비한 젊은 야구인들이 향후 황금시대를 이끌어 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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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른 기동력, 이것이 패기와 열정의 대학 동아리야구(AUBL)의 힘


 대학생 야구리그인 AUBL에서 엎치락 뒤치락 최강의 자리를 두고 자주 만나는 단골손님답게 서로를 잘 아는 양팀은 시작부터 탐색전없이 불꽃 튀는 진검승부에 돌입한다. 무대를 고척돔이라는 꿈의 구장으로 옮겨 재대결을 갖는 양팀의 각오는 대단했고 큰 실력차가 나지 않는 전력을 미루어 짐작컨데 결국 승부의 관건은 분위기 싸움이었다. 지난해 AUBL 결승전에서 아쉽게 히어로즈에 패한 건대불소는 설욕전을 펼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나선 듯 경기시작부터 거침없는 발야구를 선보인다. 리드오프 박재호가 리턴매치의 시작을 알리는 중전안타로 출루하며 2루를 훔쳐냈고 상대실책으로 출루한 김민섭 역시 빠른발을 이용해 단숨에 스코어링 포지션에 안착하면서 한정훈의 내야안타로 건대불소가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 선취 2득점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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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대불소가 도루2개를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득점을 올리는 공식을 펼친 것처럼 히어로즈 역시 기동력에서는 뒤쳐지지 않는 발야구로 맞불을 놓는다. 노경훈과 김병군이 차례대로 2루를 훔치면서 좋은 찬스를 잡았지만 견제사로 비명횡사한 히어로즈는 좋은 찬스를 잡고도 1점을 만회하는데 그치고 만다. 결국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첫이닝의 승자는 건대불소의 차지였고 무엇보다 초반의 기선제압이 중요한 라이벌 매치 1라운드에서 우세승을 거둔 건대불소쪽으로 승부의 무게추가 살짝 기우는 느낌이 감지된다.

 결국 좋은 흐름으로 경기를 시작하며 신바람야구를 펼친 건대불소의 하위타선에서 일을 낸다. 2회초 시작과 동시에 구기훈과 김민영이 연속안타를 날리며 한 점을 달아난 건대불소는 테이블세터 박재호와 박대연이 연속안타를 쳐내면서 히어로즈의 선발투수 박승우를 끌어내리면서 확실한 기선제압에 성공한다. 게다가 틈만 나면 한 베이스를 더 파고드는 건대불소의 주자들의 움직임에 당황한 과기대 히어로즈의 내야조직력이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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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김병군의 조기 투입, 총력전을 시작한 히어로즈


 사실상 팀의 에이스의 중책을 맡고 있는 과기대 히어로즈 김병군은 선발포수로 내정된 팀원이 지각을 하는 바람에 부득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초반 건대불소가 무서운 상승세로 점수를 뽑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실점을 내 줄 경우 자칫 경기후반부가 더 어려워질수 있다는 판단하에 조금 이른 타이밍에서 마운드를 넘겨 받았다. 내심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지켜내기 위해 4강전과 결승전을 대비해 체력을 아껴 둘 심산이 있었지만 흥이 오른 상승세의 건대불소를 상대로 다음 일정을 생각할 여유따위는 사치인 상황, 마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총력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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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투수교체의 움직임을 보이며 승부수를 던진 히어로즈가 어떻게 든 기세가 오른 상대의 방망이를 잠재워야 하는 무척이나 중요한 승부처, 온 힘을 다 해 첫번째 타자를 희생플라이로 잡은 김병군의 호투가 빛을 낸 것도 잠시뿐이었다. 시작부터 유난히 움직임이 둔해 보였던 과기대의 내야에서 사단이 벌어진다. 연속된 두번의 유격수 실책으로 스코어는 6대1로 크게 벌어진다. 설상가상으로 과기대는 2회말 반격에서 상대 선발 박재호의 호투에 밀려 삼자범퇴로 힘없이 물러나면서 경기초반의 분위기는 확실히 건대불소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3회에는 2사이후에 건대불소가 박재호의 2루타에 이어 이날의 히어로가 된 박대연이 폭발적인 스피드로 모든 베이스를 한번에 점령했던 우중간의 인사이드 파크 그라운드 홈런을 기록하면서 사실상 승리를 위한 8부능선을 넘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결국 외야자원인 김현우가 마스트를 써야만 했던 히어로즈의 아킬레스건이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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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점수차의 리드를 좁히기 위해 빅이닝이 절실했던 히어로즈는 김현우가 상대실책으로 출루한 뒤 노경훈의 볼넷과 김병군의 행운의 안타로 한점을 만들었을 뿐 1사 만루의 좋은 득점찬스에서 박승우와 문창호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건대불소 박재호의 호투에 가로 막혀 이렇다 할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

 

최고의 명장면, 5G속도의 직선타를 품은 김민영의 마지막 포효


 마운드에 오른 박재호가 4K를 기록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과 3안타를 몰아친 이도류급 야구실력을 과시했고 3안타로 4타점을 쓸어담은 2번타자 박재연의 무시무시한 결정력, 한정훈과 구기훈의 멀티히트에 힙입어 초반 대량득점에 성공한 건대불소의 리벤지 매치로 쉽게 끝날 것 같았던 승부는 경기후반 새로운 양상을 띈다. 지난해 두번의 굵직한 우승을 맛을 본 과기대가 대학동아리 라이벌매치로 기대를 모은 빅매치에서 호락호락하게 승부를 내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4회 상위타선이 힘을 내면서 2점을 따라붙은 히어로즈는 경기중반부터 안정감을 찾은 김병군의 4이닝 호투를 발판삼아 대반전의 역전 드라마를 꿈꾸며 마지막 이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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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제한으로 마지막 이닝이 될 5회말, 승패에 대한 부담감을 내려놓고 끝까지 게임을 즐겨보자는 히어로즈 벤치의 주문이 통했는지 윤종석이 큼지막한 좌월 2루타로 공격의 포문을 연다. 건대불소는 힘이 떨어진 박재호를 대신해 노련한 구기훈을 마운드에 올려 히어로즈의 공격력을 잠재울 심산이였지만 박승우가 날린 우익수쪽의 애매한 타구를 만세를 부른 건대불소의 실책성 플레이로 인해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은 쪽은 히어로즈의 타자들이었다. 문창호의 2루수쪽의 얇은 플라이볼에 지체없이 홈을 파고든 히어로즈의 기동력에 당황한 건대불소는 1,2루쪽의 땅볼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베이스를 비운 1루수의 판단미스로 내야안타를 허용하면서 4점이라는 적지 않은 점수차임에도 바짝 긴장을 해야만 했다. 마지막 순간에 결정적 찬스를 잡은 쪽은 히어로즈였고 만약 과기대가 자랑하는 김현우-노경훈-김병군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쪽으로 찬스가 연결될 경우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사정권안에 포진한 그라운드에는 묘한 기류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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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척스카이돔에 모인 모든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 박민기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갔다. 1사 2,3루에서 적시타 한 방이면 승부의 향방은 알 수 없겠다고 짐작했던 바로 그 순간 중전안타성 타구는 건대불소 유격수의 글러브로 쏜살같이 빨려 들어갔다. LTE의 속도를 훨씬 넘어선 5G급의 엄청난 스피드로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직선타의 장면에 2루주자는 그대로 얼어 붙었고 재빨리 2루 베이스를 밟아 더블플레이를 완성한 건대불소가 마지막 고비를 넘어 LG U+ 사회인야구대회 4강으로 가는 비상의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 올랐다. 클럽야구 라이벌매치답게 끝까지 예측을 불허한 팽팽한 승부가 펼쳐진 고척스카이돔의 그라운드, 이번 승부는 아마추어 대학야구리그(AUBL)의 강자 건대불소의 차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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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서준원 / 수연아빠의 야구장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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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등급 안도현
    • 2019.06.18 23:03
    • 답글

    재밌고,좋은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쉽게 패했지만 좋은교훈 얻은 경기였습니다.

    • 등급 GM수연아빠
    • 2019.06.26 10:40
    • 답글

    안도현님,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ㅎ

    • 등급 김대표
    • 2019.06.19 00:19
    • 답글

    • 등급 GM수연아빠
    • 2019.06.26 10:41
    • 답글

    김대표님, 김대표님! 오늘도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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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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