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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새 외국인 투수 스캇 맥그레거 스카우팅 리포트 스카우팅리포트

류지호 (gulakk***)
2016.06.2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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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볼 프로젝트 박기태] 영웅 군단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넥센 히어로즈는 6월 16일 외국인 투수 로버트 코엘로의 웨이버 공시를 발표했다. 코엘로의 성적이 100점짜리는 아니었지만, 교체를 논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평이 많았던 탓에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게다가 주인공이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하다고 알려진 넥센이었기에 충격은 배가 됐다.

코엘로의 대체자는 일찌감치 낙점되어 있었다. 이미 6월 16일 새벽 넥센이 한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다는 뉴스가 떠돌았다. 넥센은 당시까지만 해도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소문이 새어나가자 외국인 투수들이 정신적으로 흔들리리라 판단했고, 빠른 행동에 나섰다. 뉴스의 주인공은 미국 독립 리그 서머셋 패트리어츠에서 뛰던 스캇 맥그레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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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시절 감독과 함께한 스캇 맥그레거(좌측) (출처 = 스캇 맥그레거 SNS)

 

Background

86년 12월 태생인 맥그레거는 2008년 미국 멤피스 대학을 졸업한 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15라운드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지명됐다. 그는 2008년 로우 싱글A, 2010년 더블A까지 차근차근 마이너리그의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하이 싱글A와 더블A에서 뛴 2010년에는 137.2이닝 동안 단 22개의 볼넷만 내주는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고,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팀내 유망주 중 최고의 컨트롤을 지닌 투수로 선정된다.

그러나 최고의 시즌을 보낸 직후 그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2011년을 통째로 쉬어야 했다. 한창 발전하던 시기였던 그에겐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맥그레거는 2012년 여름에야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2013년 5월 트리플A에 승격했지만, 그곳에서 벽에 부딪혔다. 세인트루이스의 트리플A 팀이 속한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의 가혹한 타고투저 환경은 그에겐 넘기 어려운 벽이었다. 그해 맥그레거는 더블A에서 8경기 48이닝 평균자책점 2.44라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뒀지만, 트리플A에서는 18경기 100.2이닝 평균자책점 4.83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결국, 2014년 6월 세인트루이스는 발전을 멈춘 맥그레거를 포기한다. 워싱턴 내셔널스가 그를 영입해 트리플A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2015년 6월까지 투고타저 환경인 인터내셔널 리그(IL)에서도 평균자책점 4.31에 그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느덧 서른을 앞둔 맥그레거에게 주어진 선발 기회는 거기까지였다. 2015년 7월부터 맥그레거는 불펜 투수로 보직을 변경했으나 반전은 없었다.

올해 3월 워싱턴에서 방출된 맥그레거는 독립 리그 서머셋 패트리어츠에서 야구 인생을 이어갔다. 서머셋은 히어로즈에서 뛴 브래드 스나이더의 현 소속 팀이며, 과거 코리 알드리지, 브랜든 나이트, 앤디 밴 헤켄 등 히어로즈의 전 외국인 선수들이 뛰기도 한 구단이다. 이런 연이 닿은 것인지, 맥그레거는 만 리 밖 타지인 한국에서 인생의 새로운 막을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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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 맥그레거의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 (출처 - 베이스볼 아메리카)

 

Scouting Report

맥그레거는 신장 193cm, 체중 90kg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우완 정통파 투수다. 지명 당시 그는 싱커를 던지는 투수로 알려져 있었고, 최근에도 싱커와 커브를 던지고 있다. 패스트볼 구속은 올해 4월 경기에서 최대 시속 94 마일(대략 151km/h)까지 기록했다.

맥그리거는 팔꿈치 수술을 받고 복귀한 2012년 이후,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다. 그는 당시 마이너리그에서 몇 년 전까지 세인트루이스의 에이스였던 크리스 카펜터와 같은 팀에서 뛰었다. 이때 맥그레거는 카펜터에게 커터를 배우게 된다. 배움의 효과가 있었는지, 맥그레거는 2013년 커리어에서 가장 뛰어난 9이닝당 탈삼진(K/9) 숫자(7.0개)를 기록했다. 본인의 말대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커터와 싱커가 좋은 시너지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독립리그 경기에서 호투한 후에는 “경기 초반 패스트볼이 잘 먹혔지만, 흔들리면서 커터와 커브 조합을 활용했다”는 자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맥그레거는 삼진을 많이 잡아내는 ‘파워 피처’ 유형은 아니다.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했던 2013년을 포함하더라도 그의 통산 K/9는 5.5개에 그친다. 무회전 포크볼을 던진다던 전임자 코엘로는 제구력은 좋지 않았지만, 삼진은 확실하게 잡아내는 유형이었다(마이너리그 통산 K/9 9.4개).

대신 맥그레거는 마이너리그에서 726이닝을 던지는 동안 통산 9이닝당 볼넷(BB/9)이 2.4개에 불과할 정도로 상당히 뛰어난 컨트롤 능력을 갖추고 있다. 5월에는 독립 리그 경기에서 투구수 100개 미만으로 완투승을 거둘 정도였으니, ‘스트라이크 실종’과는 거리가 있는 선수라 할 수 있다. 팀을 떠나게 된 코엘로의 마이너리그 통산 BB/9가 4.1개였음을 떠올리면, 컨트롤 능력에선 상당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두산의 보우덴, 롯데의 린드블럼과 비슷하다”고 말한 것은 이처럼 적은 볼넷 기록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인다. 보우덴과 린드블럼 역시 마이너리그 통산 BB/9가 2.7개, 2.6개로 상당히 준수했다. 맥그레거는 이보다 낮은 2.4개를 기록했다. 물론 두 선수와 맥그레거의 탈삼진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보우덴과 린드블럼의 마이너리그 통산 K/9는 각각 7.6개, 9.0개다.

커터-싱커-커브라는 다양한 구종을 활용하지만, 왼손 타자를 제압할 확실한 무기가 없는 것은 약점이다. 2012년부터 2015년 중반까지 맥그레거는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258과 피OPS 0.733을 기록했지만, 왼손 타자 상대로는 피안타율 0.314와 피OPS 0.880을 기록했다. 체인지업이나 스플리터처럼 떨어지는 구종, 속도 차이를 내는 구종을 새로 장착하지 못한다면 KBO리그에서도 왼손 타자가 약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The Future

사실 맥그레거에 대한 상세한 자료는 기록으로 많이 남아있지 않다. 15라운드(전체 455순위)라는 드래프트 지명 순번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크게 주목받은 유망주가 아니었고, 마이너리그에서도 높게 평가받은 적은 없었다. 사용하는 구종이나 장단점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도 찾아보기 힘들다.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내는 구종도 없고, 구속이 뛰어난 것도 아니며, 투구를 숨기는 이른바 디셉션 동작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들다.

그런데도 그가 트리플A까지 진출하고 한국의 러브콜까지 받을 수 있던 것은, 기록에서 드러나는 빼어난 제구력 덕분인 것으로 보인다. 맥그레거의 전임자인 코엘로는 12경기에서 6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볼넷 42개를 내줬다. 많은 볼넷 때문에 적은 이닝을 소화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넥센 불펜진의 짐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넥센 투수진에선 이미 하영민이 부상으로 1군 투수진에서 이탈했다. 김상수는 홀로 70경기 중 31경기에 나서 38.1이닝을 소화하고 있으며, 2년 차 김택형은 팀 내 구원 출장 수 4위에 올랐다. 넥센은 팀 허리의 짐을 덜기 위해 코엘로와 빠른 이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넥센이 맥그레거에 기대하는 것은 ‘볼넷을 줄이고 빠르게 승부를 걸어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획기적인 구위 개선이 없다면 맥그레거의 성패는 넥센 수비진의 도움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본인의 투구 전략을 얼마나 그대로 살릴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맥그레거와 마이너리그 볼넷/삼진 비율이 비슷한 LG의 코프랜드는 정작 한국에서는 제구 난조에 빠져 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넥센이 바라는 모습은 이와는 반대로 빠르고 적극적인 승부를 통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는 것일 터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맥그레거가 넥센의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 그리고 작년까지 뛴 외국인 투수 앤디 밴 헤켄과 흡사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세 선수 모두 마이너리그에서 볼넷은 적지만 삼진도 적은 ‘맞혀 잡는 투수’ 유형이었다.

통산 BB/9는 피어밴드-밴 헤켄-맥그레거가 2.6-2.5-2.4로 흡사했고 K/9도 6.2-6.2-5.5로 거의 비슷했다. 피어밴드(좌투수)가 우타자에 약한 것, 맥그레거(우투수)가 좌타자에 약한 것도 비슷하다. 신장이 190cm 이상으로 건장한 것도 흡사하다. 이 정도면 넥센이 맥그레거를 ‘피어밴드, 밴 헤켄과 비슷한 유형의 투수’라고 판단하고 영입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맥그레거 영입을 두고 “내년까지 염두한 영입”이라고 밝힌 것은, 맥그레거를 밴 헤켄처럼 ‘키우겠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그렇다면 세 선수 간의 유사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 선수의 차이는 구사하는 구종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밴 헤켄은 한국에서 포크볼을 터득해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피어밴드는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지만 좋은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맥그레거는 아예 체인지업이나 포크볼 같은 공을 던지지 않는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대로, 이 점은 좌타자를 상대로 약점이 될 수 있다.

맥그레거의 이력은 여러모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넥센은 그동안 KBO리그에서 저평가된 가치를 잘 발굴해온 구단이다. 나이트를 방출당한 선수에서 골든 글러브 급 투수로 변신시킨 것도, 주목받지 못하던 밴 헤켄을 데려온 것도, 신인 육성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도 모두 넥센이다. 그렇기에 생소한 선택이지만 넥센의 행보에는 알 수 없는 기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맥그레거가 과연 히어로즈의 새로운 영웅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출처: 베이스볼 레퍼런스, 마이너리그 센트럴, MiLB.com,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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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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