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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의 토미존 수술은 왜 증가하는가 비즈볼프로젝트

류지호 (gulakk***)
2016.06.28 18:41
  • 조회 11937
  • 하이파이브 5

[비즈볼 프로젝트 박민규] 팔꿈치 인대 재건술이라 불리는 토미존 수술은 현대 야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토미존 수술의 첫 피수술자인 토미 존은 196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통산 124승을 기록하며 순탄한 커리어를 이어나가던 베테랑 좌완 투수였다. 그러나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1974년 7월 17일(한국시간), 존은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경기에서 왼쪽 팔꿈치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존은 통증을 참고 투구에 임하려 했으나 그가 던진 공은 포수의 글러브 근처에도 미치지 못했다. 통증의 심각성을 느낀 존은 2이닝만에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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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팔꿈치 부상은 심각한 문제였다. 검사 장비의 수준이 매우 미흡해 뼈가 부러지거나 근육이 찢어진 정도 외에는 부상 원인을 찾는 것이 매우 힘들었으며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대부분의 선수들이 심각한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은퇴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신의 왼팔’이라 불렸던 샌디 쿠팩스가 31세라는 이른 나이에 은퇴한 이유 역시 팔꿈치 부상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13세 때 처음으로 팔꿈치를 다쳐 이와 관련된 부상에 대한 경험은 풍부한 존이었지만 당시 느꼈던 통증은 그가 야구를 시작한 이래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때 은퇴의 기로에 서있던 존을 구한 이는 바로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다저스의 주치의였던 프랭크 조브 박사였다. 존의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해 밤낮을 고민한 조브 박사는 아주 혁신적인 수술법을 제안했다. 그 수술법은 바로 손상된 인대를 깔끔히 제거하고 건강한 팔의 힘줄(건)을 떼어낸 후 부상당한 팔꿈치의 뼈에 옮겨 심는 방식이었다. 이는 당시까지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수술법이었다.

문제는 수술의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처음 시도되는 수술이었기 때문에 성공 확률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그러나 수술을 받지 않으면 다시는 공을 던질 수 없으므로 존은 자신의 선수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걸 수 밖에 없었다. 한 시간여가 소요된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존은 19개월의 길고 긴 재활 끝에 메이저리그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존이 1976년부터 1989년까지 14년간 164승을 더 거두고 은퇴를 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투수들이 팔꿈치 인대를 다치는 이유

많은 투수들은 팔꿈치 인대에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투구를 한다. 인체역학적으로 투수의 투구 동작은 팔꿈치 인대에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운동 동작에는 중요한 두 가지 특성이 있다. 바로 관절들의 최대 운동능력을 이용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만드는 ‘가동성’과 신체의 힘을 올바르게 유지하고 전달하는 ‘안정성’이다. 가동성과 안정성은 서로 반비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가동성이 너무 적으면 부상 위험이 낮아지는 대신 퍼포먼스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가동성이 너무 크면 안정성이 떨어져 부상 위험이 높아지고 퍼포먼스 역시 떨어지게 된다.

역학적으로 더 큰 동작에는 더 강한 힘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주먹을 더 강하게 뻗기 위해서 팔을 뒤로 당겨 큰 동작을 만들어내듯이 투수 역시 테이크백을 크게 하면 가동성이 커져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가동성을 크게 하기 위해 더 큰 동작만을 취한다면 이는 과유불급이다. 왜냐하면 공을 몸의 중심에서 멀어진 거리만큼 끌어오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동성을 크게 하는 것은 더 큰 힘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투수가 강한 공을 던지기 위해 팔을 뒤로 더 뺀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어깨 관절의 벌어짐은 더 커지고 그 부위를 잡아주는 근육과 인대가 더 늘어나게 된다. 어깨 관절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는 가동성과 안정성을 저울질해 자신의 몸에 맞는 적당한 메카닉을 익혀야 한다.

하지만 투수들이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메카닉을 찾는 것은 매우 쉽지 않다. 투수의 투구 동작은 매우 복잡한 메카닉과 전신의 협응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 발끝에서 시작된 힘은 발목, 무릎, 고관절, 몸통(코어), 어깨, 팔꿈치, 손목을 거쳐 손가락으로 전달된다. 이 가운데 가장 취약한 팔꿈치는 움직임이 매우 제한적인 부위이기도 하다. 팔꿈치가 가능한 동작은 경첩과 같이 굽힘과 폄 이 두 가지 뿐이다(이는 무릎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팔꿈치는 인대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외반력에 맞서야만 한다.

외반력이란 안쪽과 바깥쪽으로 움직일 수 없는 팔꿈치와 같은 경첩 관절에서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들어오는 힘을 말한다. 쉽게 말해 투구 동작에서 팔이 뒤로 꺾이는 힘을 외반력이라 한다. 투구 동작을 취할 때 투수의 팔꿈치는 강한 외반력의 영향을 받게 된다. 결국 투수는 팔꿈치 인대가 매우 팽팽해지고 스트레스가 가장 심할 때에 공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팔꿈치 인대의 손상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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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이후 팔꿈치 인대가 손상된 수많은 투수들이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하드볼 타임즈의 분석 전문가인 존 로겔의 자료에 따르면 1974년 이래 토미존 수술을 한 번이라도 받은 선수는 모두 1171명. 이 가운데 투수는 무려 1051명에 달한다. 올 시즌, 토미존 수술을 받은 투수는 37명으로 지난 2년간(2014년 112명/2015년 109명)에 비해서는 확실히 그 수가 줄은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의 창립자인 카일 바디에 의하면 지난 2년간의 토미존 수술의 피수술자의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았고 올 시즌은 단지 약간 적은 수준이지만 아마추어 투수들의 팔꿈치 부상 위험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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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투수들의 혹사

현재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젊은 투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투구수와 이닝을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투수들의 토미존 수술 빈도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팔꿈치 인대가 어린 시절부터 이미 손상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많은 유소년 스포츠 선수들은 여러 종목을 병행하지 않고 한 종목에 집중하고 있다. 야구의 경우 많은 어린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두 개 이상의 리그에 참가하면서 공을 던지다 보니 각 리그마다 있는 투구수 제한 규정이 유명무실하게 된 것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년 내내 야구만 하는 선수들은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어깨와 팔꿈치가 쉴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20세 이전에 관련 수술을 받게 될 가능성이 3배 이상 높다고 한다.

피츠버그 트리뷴의 트래비스 소칙은 메이저리거들의 계약금과 연봉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자녀들을 야구선수로 키우려는 부모들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많은 어린 선수들이 두 개 이상의 리그에 참가해 혹사당하는 것이 투수들의 팔꿈치 부상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포츠의학계에서 저명한 제임스 앤드류스 박사는 최근 자신을 찾아오는 환자들은 주로 중고등학교 선수들이라며 토미존 수술이 증가하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앤드류스 박사는 많은 어린 투수들이 매 경기마다 찾아오는 스카우트들의 눈에 띄기 위해 무리한 투구를 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두 개 이상의 리그를 참가하는 선수들에겐 팔꿈치 척골 인대가 쉴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팔꿈치 부상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같이 1년 내내 따듯한 날씨가 유지되는 지역에 살고 있는 어린 투수들의 경우 어깨와 팔꿈치가 쉴 수 있는 휴식 기간이 매우 짧다. 이는 따뜻한 날씨가 유지되는 지역에서 토미존 수술을 받는 투수들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 투수들의 어깨와 팔꿈치가 쉴 수 있도록 오프시즌을 반드시 만들어야 하며 한 가지 종목에만 집중하는 것은 선수 자신에게 결코 이익이 되지 않는다.


‘양날의 검’ 빠른 패스트볼

그렇다면 팔꿈치 부상과 특정 구종은 어떠한 연관이 있을까. 미국야구협회가 만 18세 이후에 던지라고 권고하고 있는 슬라이더는 투수들의 팔꿈치에 많은 무리를 준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로겔은 자신의 연구를 통해 슬라이더가 투수의 팔꿈치 인대에 더 많은 충격을 준다고 주장했다. 그가 자신의 연구를 통해 밝혀낸 것은 토미존 수술을 받는 투수들은 그렇지 않은 투수들보다 슬라이더를 더 자주 구사하며 커브와 체인지업을 덜 구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슬라이더보다도 팔꿈치 인대에 더 많은 충격을 주는 것은 다름아닌 ‘강속구’다. 생체역학적으로 슬라이더가 팔꿈치 인대에 더 많은 충격을 준다는 정확한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것에 비해 패스트볼은 그 구속이 빠르면 빠를수록 팔꿈치 인대에 더 많은 충격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최근 들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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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연도별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BS : 베이스볼서번트, Fan : 팬그래프)


투수들이 기록할 수 있는 최고 구속도 늘어나고 있다. 2008년, 메이저리그에서 100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진 투수는 8명뿐이었다. 또한 그 해 전체 투구(709,779구) 가운데 100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은 65구로 0.01%에 불과했다. 특히 35명의 투수가 100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진 지난해, 전체 투구(702,055구) 가운데 100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이 점유한 비율은 0.13%로 지난 8년간 가장 높았다. 올 시즌에는 20명의 투수가 100마일 이상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일반적으로 더 빠른 패스트볼을 던지기 위해선 더 강한 힘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더 빠른 패스트볼을 던지기 위해 필요한 더 강한 힘은 높은 가동성을 요구하고 이로 인해 안정성이 떨어지게 되어 팔꿈치 인대에 더 많은 충격을 주게 되는 것이다. 타자를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지만 인대를 쥐어짜내어 던지는 빠른 패스트볼은 양날의 검인 셈이다.

미국스포츠의학연구소(ASMI)에 따르면 빠른 구속을 가진 투수일수록 부상당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빠른 패스트볼을 던지는 것만큼 팔꿈치 인대에 많은 충격을 주는 운동 동작은 없다. 결정적으로 근육은 혈관을 통해 영양소를 공급받아 재생이 가능한 반면 인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한 번 강한 충격을 받아 손상되면 다시는 재생이 불가능하다. 또한 근육은 훈련을 통해 단련이 가능하지만 주로 콜라겐 섬유로 이루어진 인대는 단련이 불가능하다. 즉 현재의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과거의 투수들보다 비교적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있고 더 적은 경기에 등판하며 더 적은 이닝을 소화함에도 불구하고 토미존 수술을 더 많이 받는 이유는 더욱 빠른 패스트볼로 인한 충격이 팔꿈치 인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역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이 계속해서 상승하자 생체역학 분야의 권위자이자 ASMI의 연구 디렉터인 글렌 플라이직은 이미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인간이 기록할 수 있는 구속의 한계치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마이너리그, 아마추어 투수들의 구속에 대한 집착은 계속 지속될 것이다. 빠른 구속은 투수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항목 가운데 한 가지일 뿐만 아니라 빠른 패스트볼 만큼 타자를 상대함에 있어서 효과적인 구종도 없기 때문이다. 패스트볼의 구속이 계속 상승하는 한 토미존 수술은 계속해서 투수들을 따라다닐 것이다.

‘사형 선고’와도 같았던 토미존 수술은 이제 은퇴의 기로에 서있는 선수들에게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 그러나 토미존 수술을 받고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부상을 예방하는 것이다. 미리 부상을 예방하고 토미존 수술을 받는 선수들의 숫자를 줄이며 세심한 관리를 해야만 앞으로 야구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스포츠과학연구소(ASMI)의 팔꿈치 인대 부상에 관한 9가지 방침


1. 신체 전체를 사용하도록 효율적인 메카닉을 익혀라
2. 항상 전력투구를 하지 말아라
3. 투수 코치와 의료진 사이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4. 투수 코치는 마운드 위의 투수가 얼마나 피로를 느끼는지 체크해야 한다
5. 팀 트레이너, 코치, 의료진, 프론트는 부상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6. 롱토스와 불펜 투구를 할 때 전력투구를 하지 말아라
7. 윈터리그를 조심하라
8. 투수의 건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 휴식 그리고 영양 섭취다
9. 구속이 빠른 투수일수록 부상 위험이 크다


도움 : 정일규 교수(한남대학교), 홍수화(함께 퍼스널트레이닝 대표), 김준성(한남대학교)

출처 : 팬그래프, 베이스볼 서번트
일러스트 : 황규호(비즈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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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토미존, 투수 팔꿈치, 야구 팔꿈치, 투수 부상

    • 등급 rkdrlq***
    • 2016.07.11 15:23
    • 답글

    ㄷㄷ

    • 등급 꾹이님
    • 2016.07.21 09:07
    • 답글

    좋은 글입니다.

    • 등급 김명진
    • 2016.08.05 08:52
    • 답글

    투수하기가 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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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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