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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Otaku 주한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 MEMORIES

dugout*** (dugout***)
2016.08.29 15:51
  • 조회 5580
  • 하이파이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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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덕후 미국대사! 히트다 히트!

 

 

안녕하세요.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 여러분! 저는 주한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입니다. 이렇게 많은 야구팬 여러분께 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게 돼서 무척 영광입니다. 사실 제 직업 때문에 저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것 같더라고요.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야구를 보며 웃고 울고, 야구장과 치맥의 조합을 좋아하는 평범한 아저씨 야구팬일 뿐인데 말이에요. 요즘엔 ‘아재팬’이라고 한다죠? 지금부터 미국대사가 아닌 한 아재팬으로서의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해요. 재밌게 들어주실 거죠?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정지영 Location 마산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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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만나느라 샤샤샤~

 

 

날씨가 상당히 덥네요! 관중석에서 앉아 있는 저도 이렇게 더운데,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고 있는 선수들은 얼마나 더울까요? 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고요? 저는 지금 아내와 함께 마산야구장에 와있습니다. 제 이야기가 실린 코너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도 여러분들과 같은 야구 ‘오타쿠’거든요. 야구를 정말 좋아, 아니 사랑합니다. (웃음)

 

 

제가 처음 야구를 접한 건 아주 어릴 때였어요. 부모님께서 열렬한 야구팬이셨거든요. 아버지 손을 잡고 신시내티 레즈의 경기를 자주 보러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5살 때부터는 직접 배우기도 했어요. 5살 꼬마 야구선수 마크 리퍼트! 상상이 가시나요? 지금의 제 아들 세준이 만큼이나 귀여웠답니다. (웃음) 한때 프로야구선수를 꿈꾸기도 했어요. 성장하면서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마음은 접었지만, 야구를 향한 제 애정은 변함이 없었어요. 대학교 야구팀에서 활약하기도 했죠. 저의 주 포지션은 3루수였어요. 어떤가요? 그라운드를 누비던 제 모습 상상이 가시나요? (웃음)

 

 

2014년에 부임해 한국에 오게 됐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한국에서 야구가 굉장히 인기 있는 스포츠더라고요. 마침 대사관에 두산 베어스 팬들이 많았어요. 그 덕에 자연스럽게 잠실야구장을 많이 찾았는데, 두산의 플레이와 팀이 하나 되는 모습에 매료되어버렸어요. (웃음)

 

 

또, 신나는 응원 문화에 푹 빠졌답니다. 오! 재원이 안타 날려버려~♪ 오! 재원이 안타 날려버려~ 오! 재원이 안타 날려버려~♫ 예~~~~ 예~~~~♬ 정말 신나지 않나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오재원 선수의 응원가예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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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요정’ 리퍼트

 

 

 

제가 왜 오재원 선수를 좋아하는지 궁금하다고요? 그의 플레이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다들 공감하실 거예요. 그는 ‘All Around Player’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가 아닐까 싶어요.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 다방면에 소질이 있죠. 특히 그의 클러치히터로서의 면모가 마음에 들어요. 아주 압박적이고 큰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죠. 지난주 목요일(6월 30일)에도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했는데, 그의 홈 질주가 인상 깊었어요. 그날은 비록 아웃됐지만, 평소 그런 열정적인 플레이로 득점 기회를 만드는 모습이 매력적인 선수죠. (웃음)

 

 

오재원 선수뿐만 아니라 두산 선수들의 팀플레이는 정말 멋져요. 모든 선수가 개인이 아닌 팀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근사한 팀이라고 생각해요. 두산 팬으로서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과 올 시즌의 활약을 지켜볼 수 있어서 아주 기쁩니다. (웃음) 수비와 공격의 적절한 균형, 믿음직한 수비진! 더스틴 니퍼트를 필두로 한 탄탄한 투수진! 이러니 제가 팀 두산을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그런데 제가 최근 조금 슬프고 억울한 소식을 접했답니다. (눈물) 글쎄 두산 팬들 사이에서 제가 경기를 보러 온 날 팀의 성적이 안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패배의 요정’이라니요…. (리무룩) 왜 그런 소문이 생긴 건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제가 직관 승률이 꽤 높은 편인데 말이에요. 실제로 올 시즌에 11번 직관해서 7승 3패 1무를 기록했답니다. 심지어 마이클 보우덴의 노히트 노런, 2015 한국시리즈 우승 등 두산의 역사적인 승리의 순간을 함께했어요. 이 정도면 저 ‘승리의 요정’ 맞죠? 이제 ‘승요’ 리퍼트라고 불러주세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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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사랑해요

 

 

아! 제가 너무 두산 얘기만 했나요? 그렇다고 제가 두산만 좋아한다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웃음) KBO리그엔 정말 매력적인 팀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오늘(7월 6일)도 NC 다이노스를 응원하러 이곳 마산야구장까지 한달음에 달려왔어요. NC 역시 제가 좋아하는 팀 중 하나인데요. 신생팀다운 색다른 플레이와 ‘머니볼’에 어울리는 팀 운영방식이 아주 매력적이죠. 외국인 용병 영입을 위해 직접 구단 관계자가 마이너리그에 가서 NC만의 색깔에 맞는 선수를 찾아 나선다고 해요. 전 NC만의 팀 특색과 개성이 참 좋아요. 비록 서울에서 마산까지 가는 길이 조금 멀긴 하지만,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면 하나도 피곤하지 않답니다!

 

 

롯데 자이언츠도 참 매력적인 팀이죠. 롯데 팬들이 열정적인 걸로 유명하잖아요. 주황 비닐봉지를 머리에 쓰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비록 팀이 그날 경기에서 지더라도 응원 열기는 식지 않더라고요. 사직야구장에 갈 때마다 엄청난 기운을 받고 온답니다. 요즘 너무 더워서 기운이 떨어지고 있는데, 롯데 팬들 기운 받으러 부산 한번 가야겠어요. (웃음)

 

 

kt 위즈도 참 멋있는 팀인 것 같아요. 비록 신생팀이고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단계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더라고요. 팬들의 열정은 10개 구단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와! 이렇게 말하고 보니 KBO리그 정말 멋지네요! (웃음)

 

 

미국 사람들을 종종 야구장에 데려오는데, 각 팀의 개성과 독특한 팬 문화에 감탄하더라고요. (엄지 척) 한국 야구가 사랑받는 모습을 보면 제가 다 뿌듯하답니다. 미국에 돌아가면 정말 그리울 것 같아요. 지금처럼 자주 직관할 수 없다는 생각에 벌써 슬퍼지네요. (글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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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그 이상의 의미

 

 

오늘도 아내와 함께 경기를 보러왔는데요. 아내와 아들 세준이는 삼성 라이온즈의 팬이에요. 아내는 삼성을 열렬히 응원하는 주변 지인들의 영향을 받았고, 세준이는 사자 마스코트를 좋아한답니다. 덕분에 작년 한국시리즈 당시 저희 집안에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어요. (웃음)

 

 

아! 한국시리즈 하니까 생각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데,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저를 발견하고는 와서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제가 그때 두산 모자를 쓰고 있었거든요.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죠. (웃음) 아내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답니다. (웃음)

 

 

야구 경기 관람을 논하면서 먹거리를 빼면 섭섭하겠죠? 여러분은 주로 어떤 음식을 즐겨 드시나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먹거리는 이미 중계 카메라에 많이 잡혀서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웃음) 네! 맞습니다! 바로 치맥이에요. 야구장과 치맥의 궁합은 치킨과 맥주의 궁합만큼이나 환상적인 것 같아요. 또, 오징어도 즐겨 먹어요. 맛과 모양이 다양해서 골라 먹는 재미도 있고, 맥주 안주로도 더할 나위 없죠. (웃음)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으면 맥주가 더 쓰게 느껴지는 건 안 비밀! 저희 아내는 김밥을 좋아해요. 아, 갑자기 군침이 도네요. (웃음)

 

 

가족들과 야구장에 가는 건 정말 즐거워요. 우리 가족이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되는 거잖아요. 특히 아들 세준이에게 좋은 기억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그랬고요. 어린 시절 아버지와 야구장에 다니며 쌓은 추억들이 많아요. 또, 직접 야구를 즐겼던 저에게 아버지는 가장 좋은 코치이기도 했고요. 4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아버지와 함께 야구를 즐기며 추억을 쌓았고, 그 시간은 제 삶의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어요.

 

 

주한 미국대사인 저에게 야구는 공공외교를 할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해요. 야구를 통해 한미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게 많고, 팬들과 소통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죠. 이처럼 야구는 저에게 단순한 스포츠 경기 그 이상의 의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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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연결! 고리!

 

 

여러분께 이렇게 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다 보니, 약 40년 동안 야구팬으로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야구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행복했지만, 특별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어요.

 

 

1990년 월드시리즈에서 신시내티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던 영광의 순간을 지켜봤거든요. 응원팀의 우승!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순간이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작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함께했죠.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그때의 감격과 여운은 여전해요. 지금 생각해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네요. (웃음)

 

 

역사적인 기록의 순간을 함께한 영광도 여러 차례 있었어요. 특히 피트 로즈 선수가 1985년 9월 11일, 타이 콥 선수가 가지고 있던 4,191개의 안타 기록을 경신한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얼마 전 보우덴의 노히트노런 경기를 직관한 것도 무척 영광스러웠어요. 그동안 야구가 절 얼마나 행복하게 해줬는지 새삼 느껴지네요. 여러분은 야구로 인해 가장 행복했던 때가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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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에 제가 있다면 그것 또한 엄청난 영예일 것 같아요. 팬 여러분과 함께 응원하고 소통하는 것도 제게 큰 즐거움이거든요. 야구장에 갈 때마다 얼마나 반겨주시는지 항상 감사드려요. 제가 비록 한국말이 서툴지만, 여러분과 야구로 하나 될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답니다. 제가 팬들과 자주 어울리는 바람에 경호원들이 평소보다 더 긴장한다는 후문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경호원들에게 치맥을 자주 삽니다. (웃음) 그러니 앞으로도 저와 함께 응원해요! 그래 주실 거죠? (웃음)

 

 

이제 그만 마칠 때가 온 것 같아요. (리무룩2) 여러분께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지만, 못다 한 이야기는 우리 야구장에서 마저 나눠요. (웃음) 이제 제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으시죠? 미국 대사가 아닌 수많은 열혈 아재팬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저의 연결! 고리! (feat. BOBBY) ‘야구’로 이행시를 준비했어요. 다 함께 운 띄워주세요! (웃음)

 

 

구 재밌어요!

 

 

 

경하면서 치맥 먹으면 더 재밌어요. 우리 함께 즐겨요. KBO리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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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6년 8월호(64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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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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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김필중
    • 2016.09.01 09:59
    • 답글

    롯데도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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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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