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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Inside The Park 두산 베어스 훈련지원 김준수, 김동주, 박성큼, 이종원 MEMORIES

dugout*** (dugout***)
2016.09.26 09:58
  • 조회 5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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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Scene

 

2015년 10월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2아웃 2스트라이크. 이현승의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다. 양의지는 포수 마스크를 벗으며 마운드로 뛰어간다.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도 일제히 그라운드를 향한다. 김태형 감독과 여러 코칭스태프 역시 손뼉을 맞대며 기쁨을 만끽한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피날레다. 독자 여러분의 기억 속 주인공은 누구였나요. 여기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등장인물들이 있습니다. 화면에서 만날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에디터가 만난 진짜 주인공들을 소개합니다!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김현세 Location 잠실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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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S# 1. 불펜 포수와 배팅볼 투수의 하루 

 

 

모르시는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아요. 우선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한 번씩 부탁드려요!

김준수 (이하 수) 안녕하세요. 저는 김준수고요. 니퍼트, 장원준 선수 전담하고 있습니다.

김동주 (이하 주) 저는 김동주라고 하고요. 보우덴과 (유)희관이 형 공 받고 있어요.

박성큼 (이하 박) 저는 정재훈, 허준혁, 안규영 선수 전담하는 불펜 포수 박성큼입니다.

이종원 (이하 이) 저는 이종원이고요. 좌완 배팅볼 투수예요. 영상 편집과 전력분석 일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출근 후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가장 먼저 운동장 정리하죠. 선수들 장비도 꺼내주고요. 그리고 훈련 도구 세팅도 해요. 또 선수들 워밍업할 때 같이 준비해 주죠. 전담하는 투수 등판 전에는 공도 받고요.

 

 

날도 더운데 야구장까지 다들 어떻게 출근하셨어요?

수, 주, 박 저희 모두 대중교통 이용합니다. 버스나 지하철 타고 출근하죠.

(종원을 보며) 얘는 자가용 타고 왔어요. 돈이 많은 친구라. (웃음)

 

 

야구장에 일찍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는 거로 알려져 있어요. 경기 끝나고 특별훈련이 잡히는 날은 더 늦게 퇴근하시겠어요.

보통은 그렇죠. 웬만하면 거의 대부분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할 일 다 하면 곧잘 퇴근하는 편입니다. (웃음) (팀 성적 좋아서 그런 건가요?) 그렇죠. 아무래도 근래에는 성적이 좋으니까 그럴 일이 거의 없어요. (반대로 팀 분위기가 안 좋을 때는요?) 공기가 다르죠, 공기가. 분위기 자체가 확 달라져요. 되게 무겁고요. 농담 주고받기도 어려울 정도예요. 서로 말 걸기도 좀 그렇죠. (올 시즌은 대부분 좋았겠는데요?) 꼭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웃음)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으니까요. 때에 따라 다르죠. 팀 성적이 좋아도 그날 어떻게 이기고 지냐에 따라 다른 법이잖아요.

 

 

불펜 포수와 배팅볼 투수는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이 돼 있는 건가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종원을 보며) 이 친구 혼자 배팅볼 투수잖아요. 불펜 포수는 세 명이나 되고요. 저희도 던질 줄은 아니까 같이 던지죠. 따로 구분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반대로 배팅볼 투수가 공 받는 일을 하기는 어렵겠죠.

더군다나 좌완이기 때문에 포수를 못 하기도 하고요.

말씀드린 대로 제가 왼손이니까, 배팅볼은 상대 선발투수가 좌완일 때만 던져요.

 

 

다들 선수 출신이실 텐데요. 세 분은 아마추어 때도 포수였나요?

그렇죠. 저희 셋 모두 포수 출신이에요. 웬만하면 다른 팀 불펜 포수들도 그럴 거예요.

프로 선수는 145km 이상씩 던지잖아요. 다른 포지션 출신은 받기 힘들죠.

(전력분석 면에서 선수들이 따로 요청하는 게 있어요?) 타자들한테 타격 영상 보여주면서 폼이나 컨디션 변화에 따라 비교 분석해 주죠. 상대 투수 습관 분석하는 것도 제 일이고요.

 

 

SNS 상에 두산 팬들이 찍어 올린 사진을 많이 봤어요. 팬 페이지도 있던데요?

에이, 동주 말고는 여기 아무도 없어요. (웃음)

불펜 포수계의 스타 플레이어입니다. (동주를 가리키며) 여기는 레전드이시죠.

저는 결혼하고 끝났습니다. (눈물)

(기분이 어때요?) 감사드리죠. 선수들은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잘 찍어주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기록이 남는 거고요. 제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활동하는 모습을 담아주시니까 감사하죠. (팔로우 하셨나요?) 팔로우는…. (긁적) 그래도 SNS 하면서 자주 찾아보곤 해요. (야구장 밖에서 알아보는 사람도 있나요?) 아마 야구장 오시는 분들이라면 누군지는 알지 않을까요?

 

 

다들 어떤 계기로 두산에서 훈련지원 일을 하게 됐나요?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했는데요. 대학교에 가려다 중간에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러다 지인 통해서 여기 오게 됐죠. 하다 보니 처음에는 재밌더라고요. 적성에도 맞았고요. 그래서 재미로 하다가…. 그렇게 10년 정도 흘렀네요. (웃음)

저는 대학교 때까지 야구했고요. 같이 야구 했던 친구가 두산에 투수로 지명됐는데요. 그 친구 통해서 불펜 포수 모집 소식 듣고 오게 됐어요. 두산에 온지는 3년 됐죠. (그 친구는 지금?) 아, 박민정 선수라고요. 지금은 여기 없어요. 방출 후에 야구 그만둔 친굽니다.

저는 대학교 졸업하고 감독님 추천으로 오게 됐어요. 처음에는 2군에 있었는데요. 1년 일하고 입대했죠. 작년 겨울에 전역해서 올해 1군으로 오게 됐습니다. 이제 2년차네요.

저는 다른 팀에 기록원으로 일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 통해서 두산에 훈련지원 자리가 있다는 얘길 듣고 오게 됐죠.

 

 

다시 그라운드를 밟을 기대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 반면, 힘든 점도 분명 있었을 텐데.

(눈치 보는 세 명을 보며) 왜, 회사 욕하려고? (웃음)

아이, 아니에요! 솔직히 크게 힘든 건 없어요. 정말 힘든 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요.

(체력적으로도 힘든 건 없나요?) 선수들이 더 힘들죠. 저희야 뭐, 에어컨 나오는 데서 쉬기도 하니까요. (머쓱)

(체력관리는 어떻게 해요?) 저는 구단에서 주는 홍삼 먹어요. (전원 웃음)

그거 먹고 감기 걸리면 선물 주기로 했거든요. 근데 아직 안 걸렸습니다. (눈물)

잘 먹고 잘 자는 것만큼 좋은 게 있을까요. 여름에는 더욱이 그렇고요. (부상은 없나요?) 딱히 없죠. (성큼을 보며) 근데 엄지손가락에 부상 입는 경우가 가끔 있어요.

보호대를 해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동안 공을 많이 받아왔지만, 가끔 투수들 공 회전이 안 좋은 날은 포구할 때 엄지가 종종 꺾이곤 하죠.

 

 

경기 시작 이후 어떤 업무를 하는지 궁금해요.

그날 선발투수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요. 전담 투수가 선발인 날은 해당 이닝까지 공 받고요. 나머지 두 명은 쉬기도 해요.

중간계투 몸 풀 때를 대비해서 늘 준비하고 있어요. 선발투수가 6, 7회 정도까지 잘 던지면 그날은 덜 힘들죠. 중간계투가 두세 명 정도 등판하니까요. 그런데 경기 초반에 선발이 무너지는 날은 조금…. 중간계투가 많이 등판할수록 저희도 그만큼 팔 푸는 걸 도와야 하잖아요. 중간계투는 하루 던지고 쉬는 게 아닌데다 길게 던지는 일도 적을 테고요. 초반에 선발투수가 내려가면 저희 입장에서는 계속 돌아가는 거죠. (긴 이닝 던지는 선발투수를 가장 좋아하시겠어요?) 니퍼트, 사랑합니다. (하트) 반면에 ‘어, 이게 아닌데’하는 날도 있어요. 예를 들어, 왠지 니퍼트가 오래 던질 것 같아서 덜 힘들 거라 예상했는데 갑자기 예기치 못한 부상이 생길 때도 있고요. 그럴 때 조금 힘들죠.

 

 

투수들 기를 살려주는 나만의 방법이 있나요?

저는 웬만하면 솔직하게 얘기하는 편이에요. 어린 투수들한테 조금 더 그렇게 하죠. 안 좋은 건 확실히 알려줘야 하니까요. 별로인 공은 그날 쓰기가 꺼려지잖아요. 그러면 자신있는 공이 뭔지 확실히 알 수 있고요. 그런데 선수마다 성향이 달라요. 니퍼트는 솔직하게 말해주는 걸 좋아해요. 그러면 경기 중에 안 좋은 점은 스스로 빠르게 보완해나가더라고요. 반면에 예민한 사람도 있죠. (누군가요?) 지금은 두산에 없지만…. (웃음) 한화 이글스로 간 (이)재우 형인데요. 그 형은 어마어마해요. (웃음) 농담이고요. 예를 들면 공이 미트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본인도 느끼는 게 있잖아요. 제 생각에는 잘 들어온 것 같은데, 포구할 때 약간 덜커덩 하거나 포구음이 잘 안 나면 살짝 인상을 써요. (눈치) 공 안 바꾸냐면서 괜히 장난치기도 하고요. 그런 투수들은 조금 더 신경 썼던 것 같아요.

 

 

확실히 포구음에 민감하겠어요?

가장 민감한 부분이에요. 정말로요. 저희는 포구음에 신경을 제일 많이 씁니다. 공이 조금 안 좋은 날에도 어떻게 해서든 소리를 잘 내주려고 애쓰죠.

(노하우가 있나요?) 잘 보고 잘 잡아야죠. (웃음) 볼집 아래쪽으로 정.확.하.게!

저희가 쓰는 미트는 선수가 쓰는 것과 볼집이 조금 달라요. 소리를 잘 내기 위함이죠. 거의 손바닥 쪽으로 잡는다고 보면 돼요.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일본 브랜드인데요. 포수 미트는 H사가 최고죠. 가죽이 달라요. 1년도 쓸 수 있을 정도예요.

그렇게 많은 공을 받는데도 1년은 가는 것 같아요. 아마 관리만 잘하면 2년도 갈 거예요. 그만큼 관리도 철저히 하고요. 바셀린이나 글러브 오일로 관리를 해주면 포구음이 확실히 다릅니다. (미트가 가장 소중하시겠어요?) 그럼요.

요리사로 치면 칼이죠. (뿌듯)

 

 

궁금한 게 있는데요. 벤치 클리어링 때 어디들 계세요?

저희는 더그아웃에…. (웃음) 나가면 안 되는 입장이니까요.

다른 팀 보면 나가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예전에는 저희도 나갔어요. 근데 뭐, 나가서 할 것도 없고…. (웃음)

올해는 한 번도 없었어요. 팀 분위기가 좋아서겠죠?

옛날에는 정말 많았죠. 그때는 항상 뛰어나갈 준비 중이었습니다. (비장)

올해는 벤치 클리어링 하면 오히려 손해죠, 손해.

그만큼 팀에 여유가 있는 거라 생각해요. 선수들도 그렇게 예민하지는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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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S# 2. 지난 가을을 회상하며 

 

 

2015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은 시리즈마다 영웅을 배출해냈어요. 그중 ‘타이어 부자’ 니퍼트는 정말 최고였죠.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완봉승도 거뒀고요.

니퍼트는 정말…. 대단했죠. NC와 플레이오프 때 통역한테 MVP 인터뷰 준비하라고 미리 일러뒀을 정도였거든요. 평소 같았으면 불펜 투구 10개가 전부 꽂히진 않았을 텐데. 그날은 전부 다 팍팍 꽂히더라고요. (따로 주고받은 얘긴 없었나요?) 그런 건 없었어요. 니퍼트야 뭐, 알아서 잘하는 선수잖아요.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했던 것 같아요.

 

 

지난 시즌 유희관 선수가 리그 후반부터 조금 주춤했어요. 그러다 한국시리즈에서 제 기량을 뽐내며 1, 5차전 승리투수로 시작과 끝을 장식했고요. 당시 공이 어땠는지 기억나나요?

희관이 형이요? 제가 올해로 3년째 희관이 형 공을 받고 있는데요. 아직도 형 공을 잘 모르겠습니다. (전원 웃음) (그게 무슨 뜻인가요?) 말 그대로 진짜 모르겠어요. 공이 진짜 좋은 날 아니면 큰 차이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그만큼 기복도 없고, 특별히 나쁜 날도 없어요. 그런 뜻입니다. (웃음) 아마 의지 형도 잘 모르지 않을까요? 그리고 희관이 형은 컨트롤이 워낙 좋아서 제가 미트를 대고 있으면 요구하는 대로 다 들어와요. 크게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죠. 그날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거로 기억해요.

 

 

한국시리즈 3차전 MVP! 127구의 투혼! 장원준 선수는요? 두산의 두 번째 외부 FA 영입 선수잖아요. 그만큼 새로웠을 것 같아요. 당시 팬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사서 쓰는 맛이 이래서 좋다”며 화제였거든요.

아, 원준이 형 좋았죠. (따봉) 형이 오기 전까지 좌완 중에 그런 공을 던지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145km로 팍팍 꽂는 투수는 더욱이 없었죠. 처음 받았을 때 ‘매년 10승씩 꾸준히 하는 이유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요. 체인지업도 정말 일품이었어요. 작년 포스트시즌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원준이 형은 컨트롤도 좋고 경험도 풍부하잖아요.

 

 

포스트시즌 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저는 솔직히 넥센한테 질 줄 알았어요. 2패를 먼저 해버렸으니까. 근데 세 번을 내리 이기더라고요? 기분 되게 좋았죠.

저도 그때가 가장 철렁했던 것 같아요.

저는 부대에서 지켜봤습니다. (아쉽) 올해 또 우승하면 좋겠습니다. 꼭이요!

저도 올해 처음 와서…. 아직 우승 맛을 못 봤습니다. (눈물)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모두 어디 있었나요?

저희는 더그아웃에…. (웃음)

더그아웃에서 모두 다 같이 보고 있었어요. 구단 사람들이랑 함께 기뻐했죠.

박, 이 저희는…. (씁쓸)

(기분이 어땠어요?) 소름이었죠. 처음이었으니까요. 준우승만 몇 번 해봤지 우승은 처음이었거든요. 근데 하루 지나니까 별거 없더라고요. (웃음) 이틀 후에 바로 마무리 훈련 들어가야 했거든요. 우승 후에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전지훈련 준비도 해야 했고요. 당시에는 많이 얼떨떨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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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큼

 

 S# 3. 가장 높은 자리에서 

 

 

화요일 19연승! (8월 17일 기준) ‘화요 베어스’의 그날은 뭔가 다른 게 느껴지나요?

사실 요일개념이…. (웃음) 매일 일하니까요.

제 생각은 이래요. 아무래도 화요일은 순번상 니퍼트나 원준이 형 등판이 잦잖아요. 둘은 명실상부한 팀의 에이스니까 기본적으로 5, 6이닝 이상 던지는 날이 많고요. 팀 타격도 굉장히 뛰어나서 선발투수가 3점 이하로만 막아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죠. 그래서 화요일 승률이 좋은 거라 생각해요. 그렇다고 화요일을 굳이 의식하진 않죠.

 

 

지난 6월 30일 마이클 보우덴이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어요. 기억이 정말 생생할 거 같은데.

그날 경기 전부터 초반까지는 평균적이었어요. 그런데 이닝 거듭할수록 공이 좋아지는 거예요. 9회에도 공이 묵직했거든요. 미트에 꽂히는 느낌도 달라졌고요. 그래도 노히트 노런을 예상하기는 조심스러웠죠. 하지만 받았을 때 ‘이 공이라면 노히트 노런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가졌던 것 같아요.

이 형이 대단한 게 있어요. 노히트 노런 투수 공을 두 번이나 받았거든요. 유네스키 마야(전 두산 베어스, 현 LA 에인절스)랑 보우덴이요.

한편으로 뿌듯하기도 했어요. 불펜 포수 입장에서 한 번도 경험하기 어려운 노히트 노런 투수의 공을 두 번이나 받았잖아요. 경기 끝나고 보우덴이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10년 동안 한 번도 못 받았는데….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니까요. (웃음)

 

 

각자 전담하는 투수들 중에 올해 가장 인상적인 공은 뭐예요?

(정)재훈이 형 커터는 예술이에요. 직구처럼 오다가 마지막에 확 꺾이거든요. 다른 투수들도 그 구종을 던지지만 재훈이 형 공은 정말 달라요.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지만 그런 데서 장점을 극대화하는 능력을 가진 것 같아요. 체인지업도 정말 좋고요. 타자들이 치기 어려워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저는 현승이 형 슬라이더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낙차 조절도 가능하거든요. 길게 떨어뜨릴 수도 있고, 짧게도 되죠.

단연 니퍼트죠. 니퍼트 하면 직구고요. 그런 공이 또 있을까요. 과장 조금 보태면 다른 구종이 없어도 될 정도라니까요. (웃음) 그 키에서 150km짜리 직구를 꽂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각이 환상이죠. 투수는 각이 생명인 것 같아요. 키가 작더라도 각을 잘 살리면 치기가 어렵거든요. (윤)명준이가 그랬는데…. (웃음) 아, 농담이고요. 명준이는 아팠으니까요. 그래도 지금은 다시 예전 모습 회복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현재 정재훈 선수 부상으로 전력에 누수가 생겼어요. 후반기 이용찬(현 상무 야구단)과 홍상삼(현 경찰 야구단)이 돌아오는데요. 빈자릴 잘 채울 수 있을까요?

용찬이랑 상삼이 오면 든든하죠. 근데 그 친구들 올 때까지 시간이 꽤 많이 남았어요. (걱정) 복귀할 때까지 잘 버티는 게 관건이겠죠? (두 선수 공은 어땠어요?) 용찬이도 현승이 형처럼 변화구(포크볼) 조절이 가능한 투수예요. 스트라이크 잡는 용도 있고요. 속구처럼 던지는 것도 있어요. 길이 조절도 되죠. 기본적으로 좋은 직구를 가지고 있으니까 포크볼과 궁합도 잘 맞고요. (홍상삼 선수는요?) 상삼이요…. (전원 웃음) 랜덤이에요. 아, 농담입니다. 흔히 ‘긁히는 날’이라고 하죠? 그런 날은 못 건드리죠. 그런데 안 좋은 날은 조금…. 영점 잡히는 날은 니퍼트가 따로 없죠.

 

 

선수들 모자에 41번이 적혀 있어요. ‘아스정’, ‘정작가’처럼 정재훈 선수 별명을 재밌게 살려 적은 것도 보이고요. 전담인 박성큼 포수가 정재훈 선수에게 쾌유 기원 메시지 한번!

아,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조금 어렵긴 한데요. (쑥스)

수, 주 막 안 친하고 그런 거 아냐? (웃음) 이 기회로 한번 친해져 봐. 궁금하다. (재촉)

재훈이 형, 성큼이에요. 형이 부상당하신 후로 팀도 우연히 연패를 하게 됐어요. 형의 빈자리가 많이 허전합니다. 지금 NC와도 몇 게임 차이 나지 않아요. 형이 하루라도 빨리 오셔서 팀의 정규시즌 1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면 우승할 수 있도록 큰 역할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보고 싶어요. (부끄)

 

 

팀의 주전 포수인 양의지, 박세혁 선수와의 소통이 필요할 것 같아요.

(손사래를 치며) 저희보다 둘이 시합 때 더 많이 받는걸요. 저희는 단지 받기만 하는 입장에서 얘기해 주는 것뿐이에요. 저희도 전담 투수를 나름대로 알고 있지만, 둘은 훨씬 더 잘 알죠. 영상도 직접 챙겨 보면서 분석도 많이 하고요. 저희는 당일 컨디션 관련한 얘기만 간략하게 주고받는 것 같아요.

 

 

두산 하면 화수분 아니겠습니까. 어김없이 라이징 스타가 탄생할 거로 예상되는데요. 네 분 생각이 궁금해요. 앞으로 주목할 만한 선수가 있다면?

(고)봉재? 봉재 공이 정말 좋아요. 아마 다들 봉재일걸요?

주, 박, 이 맞아요. 저도 봉재 꼽고 싶어요.

봉재는 제구가 되는 투수예요. 그리고 공끝도 살아있고요. 구속과 별개로 공끝이 정말 예리해요. 변화구만 조금 다듬으면 정말 좋아질 거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류)지혁이도요. 프로에 지명 받을 정도의 선수는 기본 역량이 출중한 재목들이잖아요. 잠재력이 언제 터지느냐가 관건인데요. 지혁이는 후반기 들어 컨디션이 올라온 것 같아요. 그 잠재력이 터질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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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S# 4. 무대 뒤에서 

 

 

팀 내에서 친하거나 잘 챙겨주는 선수가 있나요?

저는 동기들이랑 친한 편이에요. (민)병헌이, 의지, 그리고 지금은 미국 간 (김)현수(현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제 동기죠. 만나서 밥도 자주 먹고요. 잘 챙겨주는 선수는…. (잠시 고민) 재호 형? (전원 눈빛 교환) 카드? 찬스?

(카드? 찬스? 그게 무슨 뜻이죠?) 재호 형이 종종 저희한테 밥 사먹으라고 개인 카드를 줘요. 하루는 밥 먹고 있는데 슥 오더니 카드를 주더라고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이거로 사먹어”라고 하면서요. (뭐 드셨어요?) 그때 저희 치맥 했습니다. (소탈)

재호 형이 캠프 때도 정말 잘 챙겨주셨어요.

(김재호 선수는 파도 파도 미담뿐이네요?) 주장 그 자체입니다. 괜히 주장이 아니에요.

 

 

각자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어떤 취미가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저는 집에서 애기 봅니다. 애기랑 놀면 스트레스도 씻은 듯 사라지죠.

저는 드라마 보면서 풀어요. 게임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원정 경기 가면 넷이 당구장도 종종 가요. 게임비는 제가 많이 냅니다. (울컥) 그리고 제가 야구 게임도 좋아하거든요. 직접 뛸 수 없으니까 게임으로 대리만족 하고 있죠. 좋은 카드도 많이 보유하고 있답니다. (뿌듯)

저는 집돌이인데…. (머쓱)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네 사람의 향후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대체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팀에 오래 머물지 않아요. 보통 입대 전에 잠깐 하는 경우가 많죠. 대부분 어리고요. 현재 10개 구단 중 연차로는 제가 세 손가락 안에 들 거예요. 그런데 저희 넷은 모두 군복무를 마쳤어요. 아마 다른 팀과 비교해 나이가 꽤 높은 편일 거예요. (웃음) 네 명 모두 팀에 소속감을 갖고 쭉 함께 갔으면 좋겠어요.

저도 함께 오래 가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인원이 자주 바뀌면 호흡이 잘 안 맞는 경우도 생길 테니까요. 지금처럼만 서로 맡은 임무 잘 하면서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저도요. 그런데 저는 사실…. (머뭇) 막내가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저는 올해 처음인데요. 단지 야구가 좋아서 다시 야구장에 오게 됐죠. 제가 직접 뛰는 건 아니지만 곁에서 돕는 일도 굉장히 보람차요. 앞으로도 야구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여러분과 함께할 팀이죠. 두산 베어스에 한마디 해주세요.

(성큼을 보며) 네가 대표로 해. 눈치 보지 말고. (웃음)

구단에서 저희를 정말 잘 챙겨주세요. 환경도 매년 좋아질 거로 기대하고요. 준수 형, 그리고 더 오래된 선배님들 얘길 들어보면 예전에는 정말 열악했대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런 걸 못 느끼거든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팀이 좋은 성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할 거고요. 내년에도 저희 넷 모두 함께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구단 내 모든 직원 분들과 합심해서 꼭 우승 이뤄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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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이 내리고 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할 것이다. 두산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으니까. 그 뒤에서 묵묵히 팀을 밝게 비추는 숨은 주인공. 그들 역시 팬들의 환호를 받아 마땅하다. 이제는 주목하게 될 것이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올 그들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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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 매거진 65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6년 9월호(65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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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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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김범수
    • 2016.09.2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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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숨은 주인공들입니다. 두산의 인적자원은 언제나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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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급 닉네임 어쩌고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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