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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Otaku 스포츠동아 김진환 기자 MEMORIES

dugout*** (dugout***)
2016.09.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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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 원의 수업료

 

성공한 덕후. 사물이나 사람을 열정적으로 좋아하다가 동경의 대상과 특정한 관계를 맺게 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이른바 ‘성덕’의 특성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이익이 있어야 한다. 둘째, 행복해야 한다. 지금까지 ‘더그아웃 오타쿠’에서는 코너의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성공한 덕후들을 만나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더 특별하다. 사랑하는 야구팀을 위해 돈, 몸, 시간 그리고 카메라 셔터를 아끼지 않았던 어느 청년이 스포츠 사진 기자가 됐다. 독자들이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그는 야구장에서 셔터를 누르고 있다. 찰칵!

 

Photographer 황미노 Editor 여지원 Location 잠실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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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률 20%: 멀어도 한참 멀었다 

 

 

안녕하세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해요.

반갑습니다. 스포츠동아 편집국 사진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진환이라고 합니다.

 

 

야구 사진만 찍는 건가요?

아니요. 스포츠 전문 매체이다 보니 배구, 축구, 농구 등 다른 종목 사진도 다 찍고 있습니다. 야구 사진만 찍는 줄 알고 입사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웃음)

 

 

인터뷰 초반부터 야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네요. 가장 좋아하는 팀과 그 이유가 궁금해요.

LG 트윈스를 사랑합니다. LG 그룹에서 구단을 인수하기 전엔 팀 이름이 MBC 청룡이었어요. 사실 그때까진 별로 관심이 없었죠. 부모님께서 해태 타이거즈를 응원하셨거든요. 그런데, 파격적인 줄무늬 유니폼을 보고 한눈에 반했습니다. 1994년에 창단하고 처음으로 우승을 했는데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됐어요.

 

 

선수들을 동경하는 마음에 카메라를 잡은 건가요?

그건 아니에요. 중학생 때 취미로 사진부를 들었어요. 그 이후 고등학생 때까지는 입시 준비로 바빠서 카메라를 놓고 살았죠. 대학생 때 여유가 생기니 필름 카메라를 만지기 시작했고요. 그러다 2011년 우연히 야구장에 카메라를 들고 갑니다.

 

 

와, 카메라 안 들고 갔으면 큰일 날 뻔 했네요! (웃음)

그러니까요~ 비록 그날 멀리서 찍긴 했지만 넓은 초록색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이 뛰는 모습은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그 당시부터 사진 찍는 걸 시작했어요. 요즘 잠실야구장 응원석인 레드석에 앉아서 치어리더 찍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선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제 렌즈에 담고 싶었어요.

 

 

페이스북 페이지는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싶어서 만든 건가요?

네. 야구장에서 찍은 사진을 팬들과 공유하고 싶었어요. 제가 사실 처음엔 개인 계정에 사진을 올렸어요. 많은 팬이 제 사진을 보고 개인 계정에 친구 추가를 해 주시더라고요. LG가 아닌 다른 팀 팬들이 보면서 “왜 LG 선수들 사진밖에 올리지 않냐”는 말을 하셨어요. 그렇게 더 다양한 사람들과 LG뿐만 아니라 KBO리그 선수들 사진을 나누고 싶어서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아, 개설한 날짜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2012년 12월 31일! 회사 일 하면서 바빠도 계속 유지해 왔는데 벌써 4년이 다 돼 가네요. 뿌듯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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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니 다 가까이서 찍은 사진 같던데 어디에서 찍은 건가요?

테이블석에 앉아서 찍었어요. 2013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일 년 동안 한 번 야구에 미쳐보자’는 생각으로 테이블석 시즌권을 샀어요. 그때 당시에 기자 신분도 아니었고 그냥 취업 준비생이었던 제게 큰 도전이었죠. 80만 원인 연간권이 비싸게 느껴지긴 했지만, 제 스스로가 듣는 수업이라고 생각하고 확 질렀어요. 페이지 초창기 때 올린 사진은 다 그 자리에서 찍은 것들이죠.

 

 

와, 대박! 정말 열정적이네요. 본받아야겠어요.

(수줍) 매일 야구장에 가서 사진을 찍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열정적이었죠. 그렇게 계속 꾸준히 결과물을 내니 LG 구단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뭐라고 하던가요?

LG 김형근 홍보팀장이 구단에서 사진 찍는 일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해주셨어요. 2013년에 LG가 포스트 시즌 올라갔을 때, 제가 관중석에서 찍은 사진이 구단 보도 자료에 들어가고 달력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또, 좋은 기회로 2014년 오키나와 원정단에 함께 하게 돼 선수들 사진도 마음껏 찍었고요.

 

 

그때부터 슬슬 ‘성덕’의 냄새가 났군요! 그렇게 찍은 사진들 안에 저작권 표시를 봤는데 김진환 기자 이름이 아닌 ‘Jini Kim’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어요.

제가 노출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김진환 이름 세 글자에서 가운데 ‘진’자로 영어 이름을 지었습니다. 독자 여러분, 제 사진 인터넷에서 보면 많이 좋아해 주세요!

 

 

인터넷에서 기자님 사진 보면 반가울 것 같아요. 스포츠동아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건가요?

처음에는 연예 매체에서 열 달 정도 일했습니다. 그러다 스포츠동아에서 일하던 선배가 다른 매체로 가면서 자리가 났죠. 그때 들어와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저는 당연히 좋다고 했죠! 좋아하는 스포츠 사진을 마음껏 찍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작년 3월 중순부터 일하기 시작했네요. 지금 돌아보니 제가 일한 지 얼마 안 돼서 <더그아웃 매거진> 인터뷰에 응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저희 회사 고종철 부장님께서 해 보라고 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큰마음 먹고 인터뷰에 응합니다. (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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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률 70%: 가까워졌다! 나는 행복하다! 

 

 

사진 기자로 활동하니 선수들과의 미담이 있을 것 같아요.

미담은 특별히 없고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제가 주장 류제국 선수랑 83년생 동갑이라 친하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좀처럼 승수를 못 쌓는 거예요. 응원하면서 승리투수가 되면 예쁜 사진 넣어 액자 하나 만들어 준다고 했는데, 승리했더라고요. 선물 받고 좋아하던 얼굴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네요. (웃음) 동갑인 건 얼마 전에 알아서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아쉽게 제가 사진 기자가 된 지 2년밖에 안 돼서 다른 선수들과는 인사하고 지내는 정도에요.

 

 

더그아웃 옆에 있는 사진 기자석. 굉장히 좁아 보여요. 불편한 것 없어요?

있죠. 쪼그려 앉아서 찍어야 하니까 다리가 아파요. 제대로 된 책상도 없어서 평소에 카메라 넣어 다니는 여행용 가방 위에 노트북 올려놓고 일합니다. 그래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같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은 기자들 편의를 잘 봐주더라고요. 상대적으로 오래된 잠실야구장이나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작업하는 게 어려운 편이에요.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니까 참을 만해요~

 

 

취재는 전국 다 돌아다니면서 하는 건가요?

네. 잠실부터 마산까지 전부 다 가요.

 

 

힘들겠어요.

아니요. 출장 다니는 건 적응 돼서 이제 괜찮아요. 기자로서 아쉬운 점은 개인 시간이 거의 없다는 점? 저희 회사가 금요일과 토요일에 쉬고 일요일에 일해야 하거든요. 좋긴 한데 남들 쉴 때 못 쉬는 게 가장 아쉽죠. 또, 야구장에서 사진 찍다 보면 함께 놀러 온 친구, 커플도 많이 보이는데 저는 일을 해야 한다는 점? (웃음)

 

 

연장전 하는 날은 피로도가 높아질 것 같아요. 12회말 연장이면…. (한숨) (절레절레)

정말 늦게 끝나는 날은 집에 오면 새벽 1시에요. 그래도 매일 있는 일이 아니니까 참을 만 해요. 아, 더운 날씨에 더운 곳에서 일하고 추운 날씨에 추운 곳에서 일한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 되겠네요. 제가 지금까지 힘든 점이 많았나 봐요. 이렇게 봇물 터지듯 터지는 걸 보니.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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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기자로서 좋은 점 얘기도 해 볼까요?

제가 좋아하는 야구, 축구, 농구 다 가까이서 보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에요!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은 되게 달라요. 선수들 표정, 땀방울까지 다 보이니까 더 생생하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죠. 또, 좋아하는 야구선수들을 자주 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신기해요. 매일 야구장에 출근해도 아직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는 게 흥미로워요.

 

 

부럽네요. 저는 많이 봐야 한 달에 한두 번인데….

(웃음) 저는 팬으로 응원석에서 야구 보는 것보다 기자로서 기자석에서 야구 보는 게 더 좋더라고요. 제가 응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친구들이랑 가도 사진 찍기 바쁘지 응원가는 잘 부르지 않아요.

 

 

(중략)

 

 

그렇군요. 사진기자로서 사진 찍기 가장 편한(?) 선수와 어려운 선수는?

루이스 히메네스 선수를 렌즈 안에 담는 게 제일 좋아요. 워낙 살가워서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 들이대도 귀엽게 포즈 지어 주더라고요. 아, 근데 히메네스 선수가 짓궂은 선수들한테 비속어를 많이 배워서…. (웃음) 저도 가끔 듣다가 깜짝 놀라요. 재밌는 얘기하나 더 해드리자면, 한국말을 정말 잘해요. 한국 노래도 잘하고! <더그아웃 매거진>에서 히메네스 선수 인터뷰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그러잖아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감시 중) 제일 어려운 선수는요?

류제국 선수요. 보통 투수들은 공 던질 때 사진을 제일 많이 찍는데, 사진 보면 다 눈을 감고 있어요! 또, 그 선수가 볼살이 통통한 편이에요. 투구할 때 온 힘을 다 주다 보니 얼굴 살이 밀리는 것도 잡히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이 예쁘게 안 나와요. (웃음) 이건 저뿐만 아니라 다른 기자님들도 다 가지고 있는 생각일 거예요.

 

 

흔히들 취미는 취미로 간직해야 가장 즐거운 것이라고 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반반이에요. 사실 취미는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일이 되면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 해도 안 받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행복하니까! 저는 그걸로 만족해요. 취미를 취미로 간직할 때 좋은 점도 있죠. 하지만 그게 일이 됐을 때 얻는 즐거움도 분명 있습니다. 이렇게 결론지으면 될까요?

 

 

2015년 7월에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어요. 무슨 사진으로 받은 것인가요?

아, 그건 축구 사진으로 받은 상인데요! 지금은 야구 잡지 인터뷰니까 그 당시 상 받는 데 큰 영향을 끼쳤던 야구 사진 얘기해드릴게요. 작년 7월에 오지환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 이명우 투수 상대로 끝내기 안타를 쳤어요. 그때 유강남 선수랑 안고 점프하는 사진을 찍었어요. 그 사진이 상 받는 데 도움 되었고 LG 쪽에서 홈경기 마지막 날 영상에 넣어주더라고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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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여율 30%: 하지만 나는 아직 더 많이 찍어야 한다 

 

 

김진환 기자가 선수들의 사진을 찍을 때 제일 강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취재 기사를 위해 선수들이 던지고 달리고 치는 모습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소한 모습 찍는 것을 중요시해요. 예를 들면, 우규민 선수가 새끼손가락으로 손가락 하트 한 사진? 팬들에게 선수들이 어렵지 않게 편한 사람으로 보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진환 기자에게 카메라란?

소울 메이트! 가족 그 이상. 요즘 부모님보다 더 많이 보고 지내는 것 같아요. 매일 같이 지내도 전혀 싫증 안 나고 절 행복하게 해 주는 영혼의 친구 같은 존재죠.

 

 

야구에 관해 잘 아는 것 같은데 사진 기자가 아닌 또 해 보고 싶은 직업이 있나요?

뉴스엔 특파원 조미예 선배처럼 사진 찍으면서 글도 써 보고 싶어요. 시간 날 때마다 연습 조금씩 해 보고 있는데, 글 주변이 없어서 쉽지 않더라고요. 아, 조미예 선배가 <더그아웃 매거진> 58호에 나왔다고 저한테 자랑하셨는데 저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하게 돼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웃음) 사진기자로서 꼭 한번 찍어보고 싶은 사진은 무엇인가요?

WBC(World Baseball Classic) 같은 국제 대회에서 선수들 사진 찍어보고 싶어요! 내년에 고척돔에서 열리는데 갈 수 있을까요….

 

 

이제 내년 고척돔 사진기자석에서 기자님 찾으면 되는 건가요~ 자, 마지막으로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 기자, 야구 사진 기자를 꿈꾸는 학생들이 많아요. 한마디 조언해주자면? 

본인이 좋아한다면 그 일에 시간,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고 꾸준히 투자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연간권을 끊어서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하게 된 것처럼, 여러분에게도 밝은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꼭 기자석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자 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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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그아웃 매거진 65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6년 9월호(65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aga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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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3.1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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